‘게임 극장’… 경영난 유럽 영화관 ‘게임방’ 변신

  • 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 개장한 ‘시네게임스’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시네게임스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 개장한 ‘시네게임스’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 출처 시네게임스
《팝콘을 손에 든 관객들이 영화관에 하나 둘씩 입장한다.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불이 켜지면서 생생한 사운드가 울린다. 이들이 즐기는 것은? 영화가 아니다. 바로 비디오 게임이다.》

유럽 영화관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잇따라 비디오 게임장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26일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영화관 매표수익이 줄어들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 영화관들은 대형 스크린과 훌륭한 음향시설, 많은 좌석 등의 장점을 활용해 여럿이 함께 실감나게 비디오 게임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을 유혹한다.

스페인의 대형 영화관 체인 옐모 멀티플렉스는 지난해 12월 영화관 일부를 ‘시네게임스’라는 극장식 게임장으로 새로 단장했다.

영화관에 들어선 관객들은 동시에 네트워크에 접속해 좌석마다 배치된 소형 스크린과 조종기로 게임을 시작한다.

대형 스크린에는 게임상황이 펼쳐지고 다채로운 조명효과와 터질 듯한 사운드가 박진감을 더한다. 게임 해설자는 숨 가쁘게 게임상황을 생중계한다. 기존 영화관처럼 시간표도 있다. 오후 2시에는 슈팅게임을, 오후 4시에는 자동차 경주게임을 진행하는 식이다.

영화관 관계자는 “입장수익이 줄어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필요했다”며 주말에는 120개 좌석이 완전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관은 앞으로 5개 상영관 중 1곳에서만 영화를 상영하고 4곳은 게임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독일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시네맥스도 에센 지역의 영화관 중 1개관에 비디오 게임장을 개장했다. 주말에는 특별 이벤트로 게임 토너먼트 경기도 개최해 젊은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뒤셀도르프 지역에서는 온라인 데이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영화관도 문을 열었다.

영화 시작 전에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15∼20분 동안 온라인 게임이나 퀴즈를 제공하는 영화관도 생기고 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학교나 기업 등에 교육시설로 대여하기도 한다.

게임업체들도 영화관들의 이 같은 실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게임업체 EA 스페인의 곤살로 산후안 이사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게임에 열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므로 영화관에서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쉽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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