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내부자거래 조사… 불면의 월가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미국 월가(街)가 지금 ‘폭풍 전 고요’ 속에 떨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대형 투자은행(증권사)들의 내부자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 중이다. 미 경제전문잡지 포천 최신호는 이 사실을 전하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월가가 엄청난 스캔들에 휩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포천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들은 고객정보를 자기계정 거래(property trading)나 헤지펀드 투자에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리만 브러더스 및 베어스턴스 등 5개 회사는 지난해 자기계정 거래로 61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54% 늘어난 수익으로, 지난해 전체 수익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월가의 다른 투자자들은 “아무리 큰손 투자자라도 수익의 부침이 있기 마련인데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손해를 본 적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SEC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그 배경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

예컨대 이런 식이다. A라는 투자자가 B증권사에 인텔 주식의 대량 매수주문을 낼 경우 B증권의 브로커는 주식 매수에 앞서 자사의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나 주요 고객인 헤지펀드 투자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정보를 얻은 쪽은 향후 대량 매수에 따라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사서 수익을 얻게 된다.

B증권사는 정보를 준 대가로 향후 더 높은 거래 수수료를 받거나 추가 매매 주문을 받아 이익을 챙긴다. 반면 투자자 A는 그 과정에서 매매가가 상승하는 바람에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

SEC는 대형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간 내부정보 거래를 조사하면서 은행들의 주요 고객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월가는 엔론 사태 등 과거의 회계부정 사건에 이어 또다시 대형 스캔들로 휘청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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