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 입력 2007년 2월 12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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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을 넘어서는 미국 대 이란의 '대리전'일까.

미국 국방부 관리 3명은 11일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최고지도부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해왔다"며 "2004년 6월 이후 시아파가 사용한 이란제 폭탄으로 미군 170여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리들은 기자회견 조건으로 익명을 내세웠으며 녹음과 촬영도 금했다.

이들이 말한 이란제 폭탄은 EFP (Explosively Formed Penetrator)를 뜻하는 것. 주먹만한 크기의 EFP는 미국 에이브러햄 전차의 장갑을 관통하며 미군과 이라크보안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다. 이란 최고성직자인 알리 하메네이에게 직접 보고하는 이란혁명수비대 쿠즈 여단이 처음 실험했으며 가공할 살상력을 자랑한다.

이 폭탄은 반미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디군(軍)에 주로 공급됐고 최대 시아파 정당인 이라크혁명최고평의회의 바드르 여단으로도 일부 흘러들어갔다. 시아파 민병대와 연계된 정치인 중 상당수는 사담 후세인 치하에서 이란 망명생활을 해 이란과 관계가 깊다.

이에 반해 수니파 저항세력이 EFP 폭탄을 사용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군은 수니파 저항세력 못지않게 시아파 민병대 내 불량 세력과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미군은 시아파의 자말 자파르 모하메드 의원이 EFP 폭탄 수입책이라는 혐의를 입수했다. 모하메드 의원은 이란으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최근 이란인에 대한 단속을 눈에 띄게 강화했다. 1월에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서 이란혁명수비대 요원인 이란인 6명을 체포했다.

4일에는 이란 외교관 1명이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특수부대 제복을 입은 괴한에 납치됐다.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힐러리 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페르시아만 담당국장은 "미군이 무기커넥션 혐의로 이란을 자극하는 것은 공격 명분이 될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란 핵으로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작은 사건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더 높다고 진단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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