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워싱턴에 가다

  • 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화려하다고? 알고 보면 우리가 경제 일꾼이죠.’

할리우드 거물들이 정치인들을 상대로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애 작전에 나섰다. 유명 영화인들이 미국 동부 워싱턴까지 날아가 정가(政街) ‘구워삶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산 불법복제 DVD의 범람, 영화 프로덕션의 해외 이전, 세금 부담 문제를 의회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시도다.

▽영화는 경제동력=8일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영화협회는 6일 워싱턴의 호텔 등에서 의회 관계자들을 초청해 ‘쇼 비즈니스 산업’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 및 만찬을 진행했다.

30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는 배리 메이어 워너브라더스 회장, 브래드 그레이 파라마운트 회장, 마이클 린턴 소니픽처스 회장 등 대형 영화 제작, 배급사의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윌 스미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한 A급 영화배우와 감독, 제작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초청된 주요 상하원 의원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레이드 상원 원내총무 등 30여 명. 수전 슈워브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미국연방수사국(FBI) 관계자도 동석했다.

심포지엄의 초반부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 부와 고용효과를 창출해 내는지에 집중됐다. 댄 글릭먼 미국영화협회장은 “소수 유명인사의 화려한 삶이 할리우드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미국의 중산층을 먹여 살리는 경제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영화와 TV 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 130만 개, 피고용인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300억 달러(약 28조 원),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 95억 달러(약 8조8834억 원), 국가에 낸 세금 100억 달러(약 9조3510억 원)…. 영화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치도 줄줄이 소개됐다.

▽불법적인 내려받기 근절 요구=영화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불법적인 온라인 파일 내려받기 근절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금 감면을 요구했다. 특히 DVD 해적판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도둑질”, “미국경제를 좀먹는 암적 존재”라는 표현을 써 가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테일러 핵퍼드 감독은 “1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인 영화 ‘레이(Ray)’의 시사회 당일 DVD 해적판이 거리에서 팔렸다”며 “이후 5개월 동안 420만 장의 불법 복제판이 팔렸다”고 말했다.

메이어 회장은 정보기술(IT) 업계가 “기술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화 파일의 온라인 내려받기 규제에 반발한 사실을 비판하며 “IT제품과 달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작품은 ‘2.0 버전’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비꼬기도 했다.

전국극장주협회 존 피디언 대표는 “영화를 불법으로 내려받는 사람들을 전부 고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 놨다.

정치인들은 이들의 문제 제기에 “부시 행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해적판에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그러나 지나친 폭력과 섹스 장면은 삼가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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