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군사공격 배제 안해" 긴장 고조

  • 입력 2007년 1월 29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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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딕 체니 부통령이 이란에 대해 공중 폭격 등 무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개발 시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겨냥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 강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9일 외신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이란에서 전면전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이란에 대한 군사,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을 향한 경고=체니 부통령은 뉴스위크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외교적으로 푼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 가능한 방안들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미국이 최근 걸프만에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를 추가 배치한 것에 대해 " 중동에 남아 이란의 위협에 맞설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 지역에 항공모함 2대를 배치한 것은 2003년 이라크 공격 이후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에 실제 군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안보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추측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과 역내 안전에 '위협으로 간주되는' 이란 요원의 체포 및 사살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밖에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 등 압박 수단을 전방위로 강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행정부 관리는 "앞으로 몇 주간 이란을 타깃으로 한 추가 움직임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중간에 낀 희생자?=이런 보도가 이어지자 이라크 내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를 투쟁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부총리는 28일 "미국과 이란 두 나라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라크의 주권에 개입해 국가의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만간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 부대가 이라크 유혈사태의 배후라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무기 및 자금, 인력,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 대한 미국 정보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태. 여태껏 이란 개입설의 심증 외에 뚜렷한 물증을 내놓는 데도 실패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9일 이를 지적하면서 "미국의 이란 압박 전략이 4년 전 이라크 침공 직전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라크 혼란의 책임을 이란 탓으로 돌리고, 여론의 관심을 이란 쪽으로 끌어내 비판여론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브루킹스연구소 사반 센터(중동정책 담당)는 최근 1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라크의 '내전'이 계속되면 앞으로 수 만 명이 더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사망한 이라크인은 5만 명에서 최대 1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군과 이라크군은 28일 시아파의 성지인 이라크 남부 나자프 교외에서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 최소 250명의 저항세력을 사살했다. 같은 날 바그다드와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차량 폭탄테러가 잇따라 30여 명이 사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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