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하노이 제인’… Again 1970s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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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내셔널몰 앞 광장. 영상 10도가량의 따뜻한 날씨 속에 수만 명이 모여 이라크전쟁 반대 시위를 벌였다.

머리에 꽃을 꽂은 할머니들, 울긋불긋한 염색 셔츠 차림의 청소년들, 머리를 밀고 귀고리와 요란한 화장을 한 뒤 이마에 ‘평화(Peace)’라고 쓴 아가씨….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 반전 시위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이날 집회의 시곗바늘을 30여 년 전으로 되돌린 주인공은 ‘하노이 제인’으로 불렸던 여배우 제인 폰다(69)였다.

미 의사당을 뒤로하고 연단에 선 폰다는 “나는 지난 34년 동안 반전집회에서 연설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러나 침묵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웅변했다.

딸과 손녀들까지 데리고 참석한 폰다는 “미국은 베트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는가”라고 개탄하며 “여러분을 보니 미국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 34년 전과 지금의 큰 차이는 현역 군인과 군인 가족들이 함께 시위에 참석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는 “미군 즉각 철수” “우리는 평화를 위해 투표했다”는 구호를 외치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돌아온 반전투사를 환영했다.

배우 헨리 폰다의 딸로 초기엔 통속적인 영화로 이름을 알린 제인 폰다는 ‘콜걸’과 ‘귀향’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탔다. 반전·여권운동에 뛰어든 뒤 1972년에 북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행한 반전 연설로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반역자란 비난 속에서 ‘하노이 제인’이란 닉네임이 붙었고 결국 사과를 해야만 했다. 반전운동가인 톰 헤이븐 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기도 했다.

그 후 연기 활동 외에도 다이어트 운동법 전파, 자서전 출간, 미디어 재벌 테드 터너 씨와의 재혼과 이혼으로 꾸준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반전·여권주의자의 이미지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집회는 300여 명의 시위대가 의사당 쪽으로 가려다 저지하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폰다 외에도 수전 서랜던, 숀 펜, 팀 로빈스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과 제시 잭슨 목사도 연단에 섰다.

건너편 거리에선 수십 명이 모여 집회 참가자를 “테러 동조자”라고 비난했다. 폭스뉴스의 대담 프로에서 한 참석자는 폰다가 1972년 하노이의 대공포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에 빗대 “이번엔 이라크에 가서 차고 문 앞에서 리모컨(폭발물 원격 작동 장치를 뜻함)을 들고 있는 반군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 되겠다”고 비난했다.

한편 뉴스위크 여론조사 결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30%로 나타나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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