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많아졌다” 러시아 군부 커지나

  • 입력 2007년 1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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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적(敵)이 늘어났다. 지금의 군사교리로는 위협에 대처할 수 없다.”

마흐무트 가레예프(예비역 대장) 러시아 군사 아카데미 원장은 요즘 군부 지휘관을 만날 때마다 이런 말을 던진다.

6·25전쟁 당시 소련군 대위로 북한에 진주하기도 했던 그는 러시아에서 군사교리의 대부로 통한다. 84세의 백전노장 가레예프 원장은 지금 러시아 국방부의 2인자인 유리 발루옙스키 총참모장(대장)과 함께 러시아 군사교리 변경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밖에선 나토 위협 - 형제국 이탈… 안에선 인종분쟁 격화

2000년에 수정된 러시아 군사교리는 러시아의 위협과 국가안보에 대한 러시아 국방부의 견해.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러시아의 모든 군사력은 이 교리에 따라 배치됐다.

러시아 군부가 올해 교리 변경에 착수한 이유는 위협 요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란 미사일을 요격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기지가 체코와 폴란드에 설치된다는 계획이 나오자 러시아 군부는 “전략적 균형을 깨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과 미국의 국지전 개입 계획은 러시아가 푸틴 집권 이후 새삼스럽게 경계하는 대상으로, 군사교리 변경에 힘을 실어 주는 요인이다.

옛 소련의 영토였던 러시아 형제 국가의 이반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등장했다. 러시아의 동생으로 불리던 벨로루시는 최근 석유 분쟁으로 러시아에 등을 돌리고 있다. 벨로루시는 24일 이란과 군사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렌지, 장미, 레몬 혁명을 각각 거친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키르기스스탄의 권력 변동도 러시아를 적대시하거나 러시아가 지역 분쟁에 휘말릴 요인으로 꼽힌다.

가레예프 원장은 “자원과 환경 문제가 앞으로 10년간 러시아를 위협하는 새로운 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러시아 내부에서 늘어나는 인종차별 분쟁은 테러와 분리주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 군부는 이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적에 대한 군사적 대응 수단은 군별로 거론되고 있다. 발루옙스키 총참모장은 “전쟁을 예방하고 분쟁을 억제할 전략 핵무기가 더욱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공군에 통합된 ‘전략 우주군’을 독립 사령부로 다시 분리하고 정보부대를 새로 창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에 교리를 수정하면 2015년까지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리의 변동에 따른 국방비 증액 요구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 러시아 국방비는 330억 달러(약 30조6900억 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6%. 군부는 이 예산을 GDP의 3.5% 수준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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