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공위성 요격’ 비난 쏟아지지만 ‘스타워즈’ 미국이 자초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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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인공위성 요격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중국의 ‘모험주의’를 맹비난했다. 중국이 사실 확인을 거부하면서 비난 여론이 한층 높아졌지만 한편으로 이번 사건을 미국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잠자는’ 우주무기 금지 협상=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군축회의(UNCD)는 10년 가까이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최근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 우주의 군사화를 제한하는 조약 체결을 놓고 강대국들이 치열한 대립을 벌여 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맞서 우주 공간의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하자고 주장해 왔다. 2002년 6월에는 ‘우주 무기 배치 금지 조약’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국익을 침해할 수 있으며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이를 반대해 왔다. 나아가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우주에서 행동의 자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우주 계획을 발표했다. 군축 전문가들은 이를 “우주 공간에 무기를 배치하겠다는 전조(precursor)”라고 평했다.

따라서 중국의 위성 요격실험에는 미국의 일방적 우주무기 개발에 맞서기 위한 ‘자구 조치’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도 20일 중국의 도발과 우주 공간의 군비경쟁을 우려하면서 미국의 독단적 우주 개발도 경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초강대국 예외주의(Hyperpower exceptionalism)’를 비판한 뒤 “이번 에피소드가 방위산업체를 기쁘게 하는 방위비 증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도 “해법은 우주 군비 증강이 아닌 군축조약”이라고 지적했다.

▽우주무기 선도국은 미국=중국의 위성 요격실험에 사용된 무기는 지상에 배치된 탄도미사일로 위성을 공격하는 대(對)위성무기(ASAT)의 일종. 중국은 지난해 말에도 지상에서 레이저를 쏘아 적 첩보위성을 무력화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개발 중인 우주무기에 비하면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미국은 지상 배치 무기 외에 우주 공간에서 적 위성이나 미사일을 파괴하는 ‘우주 대 우주무기’, 우주 공간에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우주 대 지상무기’까지 개발 중이다.

이 같은 미국의 첨단 우주무기 개발은 1983년 발표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스타워즈’계획(전략방위구상·SDI)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지 않은 논란 속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 우주무기 계획의 상당 부분은 MD 체제의 일환으로 계속 진행 중이다.

최초의 본격 우주무기 구상은 이른바 ‘반짝이는 조약돌(Brilliant Pebbles)’계획.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 높은 에너지의 레이저나 탄환과 같은 발사체를 탑재해 우주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것으로 이런 요격위성 1000기를 우주에 배치한다는 구상이었다.

미 국방부는 이후 계획을 축소해 추진(booster)단계의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근접적외선실험(NFIRE)’을 추진해 왔다.

미 공군은 지난해 초 ‘XSS-11’이라는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렸다. 조사용 위성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적의 첩보위성을 궤멸시키는 군사위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나아가 미국은 전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수십 분 안에 공격할 수 있는 ‘전 지구적 타격(Global Strike)’ 구상을 추진 중이다. 텅스텐이나 우라늄 금속봉을 우주에서 시속 1만여 km로 쏘아 핵폭탄과 맞먹는 폭발력을 내는 ‘신의 회초리’라는 무기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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