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러 중앙銀 부총재 피살사건, 은행主가 앙심 살해 청부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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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공포에 떨게 한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청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러시아에서 청부 살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사례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킬러 집단이 받은 돈은? 예측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미화 1만 달러(약 930만 원).

모스크바 지방법원은 13일 안드레이 코즐로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청부 살인 사건의 주도 인물인 알렉세이 프렌켈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은 러시아에서 여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 청부 살인, 전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 리트비넨코 사망 사건과 함께 지난해 ‘3대 미스터리 사건’으로 치안당국을 괴롭혀 왔다.

프렌켈 씨는 지난해 6월까지 모스크바에서 VIP은행이라는 소규모 은행을 운영해 왔다. 그는 코즐로프 부총재가 VIP은행을 돈세탁 창구로 지목하자 러시아 대검찰청 부총장(한국의 대검 차장)에게 줄을 대 무마에 나섰다.

그 후 대검찰청 부총장이 비리와 관련해 직위 해제되고 코즐로프가 VIP은행에 소매 금융 부적격 판정을 내리자 킬러를 고용해 보복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프렌켈 씨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아마추어 킬러를 고용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프렌켈 씨가 고용한 킬러 3명은 지난해 9월 13일 오후 모스크바 북부 ‘스파르타크’ 축구경기장 입구에서 코즐로프 부총재와 그의 운전사를 총기로 난사하고 달아났다.

만사가 순조로운 듯 보였지만 킬러 중 1명이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승용차를 몰고 범행 현장에 접근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그는 범행 직후 이 승용차를 다른 도시에서 팔았으나 결국 경찰의 끈질긴 추적 망에 걸려들었다.

아마추어 킬러를 소개한 인물은 모스크바 시내 식당 여주인 랴나 아스케로바 씨. 아스케로바 씨에게 사업 자금을 대 주던 프렌켈 씨는 “모스크바의 유명한 총잡이는 다 안다”는 여주인의 말을 너무 믿었다. 그는 현금 1만 달러를 아스케로바 씨에게 건네주며 “코즐로프를 처리하라”고 말했다.

아스케로바 씨는 식당에서 알게 된 사업가를 통해 보그단 포고르젭스키 씨를 소개받고 1만 달러를 전달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포고르젭스키 씨는 모스크바 외곽의 한 소도시에서 폭력조직 두목으로 행세했으나 저격수 양성 경험은 없었다.

포고르젭스키 씨는 주먹 세계의 동지 3명에게 5000달러를 건네며 “소총 2자루를 구해 사건을 해결하라”고 했으나 처음으로 킬러의 세계에 입문한 ‘동지’들은 너무 쉽게 꼬리가 잡혔다.

러시아 언론들은 “중앙은행 부총재를 대상으로 한 저격 비용치고는 너무 적은 돈”이라며 올해 예정된 모스크바 시내 카지노 이전, 외국 상인 추방을 계기로 모방 범죄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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