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린 ‘유럽합중국’ 몸만들기 나선다

  • 입력 2007년 1월 1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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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불가리아 가입… 회원국 27개국으로 10만여 명의 루마니아 국민들이 1일 수도 부쿠레슈티의 거리로 뛰쳐나와 국기(삼색기)와 유럽연합(EU)기를 흔들며 자국의 EU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 EU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받아들임으로써 회원국이 모두 27개국으로 늘어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루마니아-불가리아 가입… 회원국 27개국으로
10만여 명의 루마니아 국민들이 1일 수도 부쿠레슈티의 거리로 뛰쳐나와 국기(삼색기)와 유럽연합(EU)기를 흔들며 자국의 EU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 EU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올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받아들임으로써 회원국이 모두 27개국으로 늘어났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럽연합(EU)이 올해로 출범 50주년을 맞는다. 1957년 3월 25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6개국은 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창설하는 로마조약을 체결했다. 반세기 동안 EU 회원국은 올해 가입한 루마니아, 불가리아까지 모두 27개국으로 늘어났다. 5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몸집 불리기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진정한 ‘유럽합중국’이 되기 위해선 아직 내부 결속이 부족하다. 외연 확대에 따른 피로감이 확산돼 왔으며 동서 유럽의 격차도 여전하다. 특히 2004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럽헌법이 부결로 좌초됨으로써 전체를 이어 줄 구심점을 만들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의장국을 맡은 독일은 유럽헌법 부활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추가 확대보다는 내부 결속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해는 EU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기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르켈의 리드 통할까=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 상반기 핵심 과제로 ‘유럽헌법 부활’을 꼽았다. 그는 “각 회원국이 헌법 부활 문제를 전담할 대사를 임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올 상반기 세계 외교무대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인물 중 하나다. 독일은 올 상반기 EU 순회의장국인 데다 한 해 동안 선진 8개국(G8)의 의장국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는 주도권을 잡았을 때 유럽헌법을 포함한 EU의 각종 과제를 강력하게 풀어 나간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가 EU 의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할 다른 한 가지는 대서양 양안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미국과 EU의 관계를 한층 협력적인 분위기로 바꾸겠다는 것. 독일이 주도권을 잡은 올 상반기를 넘기면 유럽헌법 부활을 포함한 각종 과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하반기 프랑스가 다시 의장국이 될 때까지 상대적으로 주도력이 떨어지는 포르투갈과 슬로베니아가 의장국을 맡기 때문이다.

▽경제는 좋다=메르켈 총리의 자신감 있는 행보는 안정세를 보이는 경제 덕분이다. 오랫동안 ‘유럽의 병자’ 취급을 당해 온 독일 경제가 지난해 어느 정도 회복됐고, 독일 경제의 회복은 유럽 경제 전체의 회복을 이끌었다. 메르켈 총리로선 가장 큰 문제인 자국 경제 문제의 고민을 덜었기 때문에 바깥 문제에 치중할 수 있게 됐다.

EU 전체로 볼 때도 경제 상황은 좋은 편이다. 유럽 경제는 최근 7년 새 가장 낮은 실업률과 물가, 가장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보여 왔다. 지난해 유로존 12개국의 경제 성장률은 2.7%가량으로 잠정 집계됐다. 과거 5년간 평균 성장률인 1.4%의 두 배 정도다. 유로존의 실업률도 2004년 9%에서 2006년 7.7%로 떨어졌다. 올해도 EU의 성장률은 2%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고무적인 점은 경제 구조가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대미주 수출이 유럽 경제를 이끌었다.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유럽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유럽의 내수가 살아나면서 수출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역내 투자가 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자리를 잡았다.

▽부정적인 변수들=EU의 내부 결속을 방해할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변수로는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 정치권이 대선에 치우쳐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헌법 부활 문제에 적극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국 내 정치가 문제이기는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토니 블레어 총리가 레임덕을 겪고 있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 하반기에 블레어 총리에 이어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든 브라운 내무장관은 “EU가 내부 문제보다는 환경문제 같은 외부 문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경제적으로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 소비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2003∼2004년에도 유로화 강세로 유럽 경제가 회복되다가 꺾인 경험이 있다. 근로자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반대에 부딪혀 온 독일의 경제 개혁이 지속적으로 성공할 것인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신구 회원국 간의 갈등과 급속한 확장에 따른 피로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독일 영국이 유럽헌법 부활에 찬성하겠지만 네덜란드와 폴란드에서는 쉽게 논의를 풀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런 분위기에서 괜히 서둘렀다가 두 번째 실패를 하게 되면 유럽헌법은 완전히 좌절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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