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의회 ‘의원 윤리규정’부터 손봤다

  • 입력 2007년 1월 5일 2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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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 의회 개회식은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강도 높은 의원 윤리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민주당이 12년 만에 상하원을 장악한 제110회 미 의회가 4일(현지시간) 개회, 2년 회기에 들어갔다. 새 의회 출범이 이라크, 북한 핵 문제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이날 워싱턴에선 많은 전망이 쏟아졌다.

○… 민주당 낸시 펠로시 의원(캘리포니아주)은 이날 의원들의 호선을 통해 만장일치로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내 권력서열 3위인 미국 역사상 최고위직 여성의 지위에 오른 것.

펠로시 의장은 6명의 손자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있다가 의장선출이 확정되자 손자들을 껴안았다. 양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와 포옹을 받으며 연단에 오른 펠로시 의장은 의사봉을 넘겨 받은뒤 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했다.

"지금 이 순간은 의회와 이 나라 여성들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리가 200년이상 기다려온 순간이다. 딸들과 손녀딸들을 위해서 오늘 우리는 '대리석 천장'(성차별로 인한 여성의 승진제한을 나타내는 '유리천장'이란 표현을 바꾼 것)을 부쉈다. 이제 우리 딸들과 손녀들에게 남은 한계는 하늘 밖에 없다. 모든 게 가능하다."

이날 상당수 의원들이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을 동반했고 방청석엔 유명 연예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한편 최초의 이슬람교도 의원인 키이스 엘리슨 하원의원(미네소타주)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소장했던 코란의 복사본을 들고 선서식을 가졌다.

○… 하원은 이날 밤 의원윤리 규정 개정안에 대한 토론에 들어가 430대 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 규정은 하원의원이나 직원이 로비스트나 외국정부 대리인, 로비스트의 고객으로부터 선물이나 여행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다. 의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비행기를 탈 수 없으며 외부에서 경비를 대는 여행은 사전에 하원윤리위의 승인을 받고 공표되어야 한다.

이보다 훨씬 약한 내용의 윤리규정안이 지난해 5월 상원에서 논의되다가 의견이 엇갈려 무산된 것을 상기하면서 공화당의 짐 맥가번 의원은 "선거의 힘이 무섭긴 무섭다"고 말했다.

하원은 5일에도 펠로시 의장이 '개회 후 100시간(회기 기준)내 완료해야할 과제'로 제시한 최소임금 시간당 7.25달러로 인상, 대학학자금 대출금 이자 인하, 석유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 등의 입법을 논의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책임있는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이라크 정책의 대변화를 요구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새 의회 출범을 맞아 3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문을 보내 "의회의 세력판도에 변화가 일어났으나 미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위한 정책과제는 변하지 않는다"며 "대 테러전쟁에서의 승리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고 감세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우드로 윌슨센터의 로버트 헤서웨이 아시아 담당국장은 맨스필드재단 기고문에서 "행정부가 외교안보정책을 전담하기 때문에 의회가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의 변화를 압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민주당이 전반적인 자유무역정책 기조를 후퇴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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