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회당 여성후보 루아얄 “엘리제궁이 살짝 보이네”

  • 입력 2007년 1월 5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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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골렌 루아얄 52%, 니콜라 사르코지 48%.'

일간 르 파리지앵이 4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다. 지금까지 여론 조사에서 두 사람은 계속 간발의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해왔다. 따라서 사회당 루아얄 의원(53)의 지지율이 여당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51) 내무장관에 비해 4%포인트 높게 나온 이번 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는 시점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르코지 장관이 여권의 단독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지 하루만인 3일 실시된 조사라서다. 본격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뒤 첫 맞대결에서 루아얄 의원이 앞섰다는 얘기다. 사르코지 장관은 2일 시작된 UMP의 후보 경선에 혼자 등록했으며 14일 당 대회 때 후보로 선출될 예정이다.

이처럼 '루아얄 돌풍'은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사회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이미지에 의존한다' '콘텐츠가 없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엔 경량급'이라는 비판을 당 내부에서까지 받아왔지만 그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초 레바논에서 한 의원의 반미(反美) 발언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대답해 '국제무대 감각이 떨어진다'는 맹공을 받았던 일도 지지율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루아얄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에 변화가 없는 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루아얄 의원은 기회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국민을 보호하는 어머니'로 내세우며 경제 침체, 높은 실업률 등으로 불안에 빠진 프랑스 국민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이런 이미지가 지금까지는 '강함'을 상징하는 사르코지 장관을 앞서는 데 도움이 됐다. 선이 굵은 정치인 스타일인 사르코지 장관은 미국식 경쟁 모델 도입, 사회주의 복지 모델 개혁 등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루아얄 의원은 아직 대선 주자를 공식 결정하지 못한 여당에 비해 한발 앞선 행보를 계속 보이고 있다.

4일에는 이번 주말부터 중국을 방문하며 후진타오 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만남이 성사되고 중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경량급'이라는 비판을 잠재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루아얄 의원은 이날 △가족 및 주택 문제 △교육 및 청년 문제 △사회와 기업의 조화 △유럽에서의 프랑스의 위상를 테마로 하는 4대 핵심 대선 공약도 내놓았다.

이에 비해 여권은 아직 대선을 위한 전열을 정비하지 못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여전히 '3선 도전' 뉘앙스를 풍기고 있고, 미셸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은 '여(女)-여(女)' 대결을 주장하며 독자 출마를 외치고 있다.

4월 22일의 대선 1차 투표까지는 100여일이 남았다. 그동안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 모르는 상황. 여권의 혼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혼란을 틈타 루아얄 후보가 차분히 세를 다져나갈 수 있을지, 그래서 '첫 여성 대통령'에 오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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