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징 龍 한번 바꿔봐?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중국의 전통 용 문양(왼쪽)과 서양의 ‘드래건’. 용이 황제의 권위와 상서로움을 상징한 반면 드래건은 음습한 이미지의 괴수로 인식돼 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의 전통 용 문양(왼쪽)과 서양의 ‘드래건’. 용이 황제의 권위와 상서로움을 상징한 반면 드래건은 음습한 이미지의 괴수로 인식돼 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중국에서 용(龍)을 ‘중국의 상징’으로 계속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2주째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4일 상하이(上海) 외국어대학의 우유푸(吳友富) 당서기가 “서양인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상징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부터.

우 서기는 “서양에서는 용이 난폭하고 공격적인 ‘드래건(dragon)’으로 번역된다”며 “이에 따라 중국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부정적인 상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하이 시 공공관계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우 서기는 이어 “중국을 대표할 새로운 상징을 찾자”며 상하이 시 철학사회과학 연구과제로 이를 승인했다.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개량파’ 누리꾼들은 “용은 본래 황제 전용 부호로 위엄과 함께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살상력(殺傷力)을 지니고 있다”며 “황제의 전용 부호가 전 중국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가의 상징은 외국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만약 연구 결과 용이 중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판정이 난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며 우 서기를 옹호했다.

그러나 ‘보수파’ 누리꾼들은 “용은 신비하고 성스러운 동물로 7000년이 넘게 중국 문화전통을 상징해 왔다”며 “절대 버릴 수 없다”고 맞섰다.

중국의 시사주간지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가 16일 미국과 프랑스, 일본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 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들이 대체로 중국 용과 서양의 드래건을 구분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의 용이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상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 서기의 주장을 반박했다.

중국의 인터넷 종합검색사이트인 신랑(新浪)이 4일 10만 명 가까운 누리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용을 중국의 상징으로 고수하자는 의견이 90.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자는 “서양인들이 용을 부정적으로 잘못 이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dragon’으로 번역되는 용을 ‘long’이나 ‘loong’ ‘liong’으로 표기하자”고 제언했다.

서양 전설 속의 ‘드래건’은 사악하고 날개 달린 괴물로 몸이 굼뜨며 입으로 불을 뿜으면서 사람과 동물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는다.

그러나 낙타 머리에 사슴 뿔, 두꺼비 눈 등 9개의 동물을 조합해 만들어진 중국의 용은 길상과 풍년, 민족 화합의 상징물로 서양의 드래건과 차이가 크다.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용을 국가의 상징물로 사용하는 데 주저하는 듯하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가 2005년 4월 올림픽 마스코트를 선정하면서 용을 탈락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중국의 용이 패권이나 폭력의 상징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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