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크리스마스 티도 내지마” 英 축제분위기 자제

  • 입력 2006년 12월 11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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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일터에서 크리스마스트리나 장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초등학교들은 예수 탄생을 소재로 한 연극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써야할지를 놓고도 논쟁이 한창이다.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크리스마스가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영국에선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로펌 '페닌슐러'가 최근 사용자 2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가 '일터에 크리스마스 장식 설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종업원들을 심정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말에 카드를 보낼 때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쓰지 않겠다는 회사도 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성탄 인사를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s)'나 '시즌스 그리팅(Season's Greetings)' 같은 문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나친 몸 사리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없는 카드는 모두 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수백 건의 댓글이 붙으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상당수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크리스마스 인사를 유지하는 게 옳다"며 지지했다.

기독교계 인사들도 "무책임한 무신론자들과 세속주의자들이 크리스마스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크리스마스'를 '겨울 축제(winterval)'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존 리드 내무장관은 10일 GMTV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테러가 시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약 30개의 테러 음모가 진행되고 있으며 위협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도 지난 달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의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밑에서 진행 중인 종교간 불화, 높아진 테러 위협 모두 지난해 테러 이후 영국 사회가 앓고 있는 후유증이다.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로 부르는 것부터 고민해야 하는 영국의 올해 연말은 한 마디로 '블루(우울한) 크리스마스'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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