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오버도퍼-제임스 만 “국익도 진실보다 앞설수는 없죠”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38분


돈 오버도퍼 교수(왼쪽)와 제임스 만 교수가 얼마 전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내 한미연구소 회의실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기자란 비밀을 찾아내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고, 만 교수는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돈 오버도퍼 교수(왼쪽)와 제임스 만 교수가 얼마 전 미국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내 한미연구소 회의실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기자란 비밀을 찾아내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고, 만 교수는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워싱턴과 도쿄 혹은 베이징을 무대로 뛴 30년 경력의 외교전문기자, 전문가가 부러워할 수준의 저술, 그리고 현역 기자에서 물러난 뒤 칼럼니스트 작가 교수의 1인 3역….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전문기자 출신인 돈 오버도퍼, 워싱턴포스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국무부 출입기자를 지낸 제임스 만은 이처럼 비슷한 길을 걸었다. 마침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 나란히 교수로 재직 중인 두 외교 전문가에게서 ‘나의 일, 나의 원칙’을 들어 봤다.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기자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홍보 전략에 ‘이용’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기자는 진실에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오버도퍼=기자들이 정부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 참 어렵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던 1986년 나는 그가 군비 증강에 열정적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미소 정상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폐기협정에 서명했다. 난 깜짝 놀랐고, 언론이 정부의 깊숙한 구상을 파악하기란 참 어렵다고 느꼈다. 어느 기자도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과 군축협상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국무부 취재를 오래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장관은 누구였나.

▽오버도퍼=헨리 키신저(리처드 닉슨 및 제럴드 포드 행정부), 사이러스 밴스, 에드먼드 머스키(지미 카터 행정부), 알렉산더 헤이그, 조지 슐츠(레이건 행정부), 제임스 베이커(아버지 조지 부시 행정부), 워런 크리스토퍼(빌 클린턴 행정부)…. 모두 7명의 국무장관을 취재했다. 다들 개성이 강했다. 가장 탁월한 사람은 유럽 전문가였던 키신저였다. 밴스는 거짓말을 안 했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존중을 받았다. 가장 성공한 장관은 슐츠다. 노동 및 재무장관을 거쳤던 그는 (매사추세츠공대 및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출신의) 경제 전문가였고, 차근차근 업적을 쌓아 가는 스타일이었다. 단, 언론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다. 슐츠는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뭔가 말은 해 줬지만, 다음 단계가 뭔지를 도통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별명이 부처님(Buddha)이었다.

▽만=슐츠와 대조되는 인물은 제임스 베이커다. 그는 정치적이었고, 불과 몇 분 사이에도 세 가지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끌었다.

―미국 기자들은 제각각의 주장을 펴다가도 국익 앞에서는 한목소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만=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국무부 출입기자는 규모가 작고, 늘 국무장관과 해외 출장을 같이 다니면서 비슷한 견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이익 때문에 기사의 톤이 달라진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버도퍼=정부가 국가 안보를 내세워 언론 보도를 사전에 제한할 수 없다. 물론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만, 결정은 전적으로 언론이 한다. 대체로 잘 안 듣는다. 정부는 보도 결과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네덜란드 금융기관을 통한) 테러리스트의 해외자금 추적’ 기사를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요청 때문에 보도를 자제한 경험이 있나. 취재원과의 관계는….

▽오버도퍼=기자의 몫은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다. 그런 판단은 편집자가 한다. 정부의 요청으로 내가 쓴 기사의 일부가 수정된 적은 있지만, 완전히 몰고(kill)된 적은 없다.”

▽만=기자이자 작가로서 1980, 90년대 내가 쓴 칼럼은 중국의 인권 신장을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주중 대사 출신인 부시 전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에도)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자 나는 비판적인 글을 썼다. 또 클린턴 행정부에도 비판적이었다. 현 부시 행정부 사람들은 초기에 내가 클린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걸 보고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기자’로 생각했었다. 물론 아니란 게 금방 확인됐지만….

▽오버도퍼=기자는 취재원과의 거리 유지가 중요하다. 베이커 장관은 나와 프린스턴대 졸업 동기로 오랜 친구다. 그가 1989년 취임하자 동료 기자들이 ‘좋겠다. 근접 취재가 가능하게 됐으니까’라며 부러워했다. 그러나 이런 사적관계를 취재에 활용하면 ‘오버도퍼의 글은 베이커의 생각’이라는 말을 듣지 않겠나. 나는 의도적으로 더 거리를 뒀다.

―오버도퍼 교수는 ‘두 개의 코리아’를, 만 교수는 ‘불칸집단의 패권형성사’란 책을 내 호평을 받았는데 나중에 취재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나.

▽만=네오콘(신보수주의) 핵심 6인의 30년 관계를 다룬 이 책이 출간된 뒤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누구라고 공개는 못하지만 일부는 ‘매우 불쾌하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일부는 ‘독후감’을 전해 오기도 했다.

▽오버도퍼=책이 막 출간된 뒤 워싱턴의 한 칵테일 파티에서 북한의 고위 관리를 만났다. 그가 ‘책을 읽었소. 그런 걸 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비밀로 해 두자고 한 것인데’라고 했다. 북한을 호평한 대목이 없는데 그는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정도면 나로선 만족이다. 그에게는 ‘기자란 이런 걸 찾아내 기록하는 사람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돈 오버도퍼(76)

-미국 프린스턴대 졸업

-육군 중위로 6·25전쟁 참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도쿄 특파원)

-현재 존스홉킨스대 교수

-저서: 두 개의 코리아(The Two Koreas),

대반전(The Turn)-냉전에서 신시대로

○제임스 만(59)

-미국 하버드대 졸업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베이징 특파원)

-현재 존스홉킨스대 교수

-저서: 어바웃 페이스(About Face)

불칸집단의 패권형성사

(The Rise of the Vulcan)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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