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양지’ 꿈꾸는 가부키정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2시 56분


코멘트
가부키 정 거리의 야경. 가로수에 설치한 백색발광다이오드가 반짝이고, 행인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가부키 정 거리의 야경. 가로수에 설치한 백색발광다이오드가 반짝이고, 행인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범죄, 음란, 퇴폐, 불법 체류, 호객, 화재, 쓰레기….

일본인들이 도쿄 최대의 환락가인 신주쿠(新宿) 구 가부키(歌舞伎) 정을 연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고와이(무섭다), 구라이(어둡다), 기타나이(더럽다)라는 일본어의 머리글자를 따 3K라고도 부른다.

20일 가부키 정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중 하나인 구야쿠쇼(구청)거리의 가로수에 10만 개가 넘는 백색 발광다이오드(LED)가 일제히 빛을 뿜기 시작했다.

LED 설치는 근처 유지들과 구청 측이 가부키 정의 이미지를 안심, 아카루이(밝다), 아루키 야스이(걷기 편하다) 등 3A로 바꾸기 위해 기획한 사업 중 하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다음 달부터 야쿠자(조직폭력단)들이 업소에서 뜯어 가는 ‘보호비’ 거부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가부키 정을 바꾸려는 노력이 본격 시작된 시기는 2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저 범죄와 폭력 소탕부터 시작됐다. 치안당국은 2000년 가부키 정 일대의 순찰을 크게 강화하고 2002년 2월에는 골목 곳곳에 50대의 방범카메라를 설치했다.

2003년부터는 법무성 산하 입국관리국이 출장소를 두고 불법 체류 외국인을 단속했다. 이어 행정당국은 2004년 불법 퇴폐업소를 대대적으로 추방했고 지난해 4월부터는 호객행위를 금지했다. 지난해 8월에는 이 일대 전역을 노상흡연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관민이 힘을 합한 결과 적지 않은 성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한국과 중국의 관광객들이 도쿄를 찾았을 때 부담 없이 둘러보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베 신조 총리도 관방장관 시절이던 올해 6월 이곳을 방문해 “안전하고 청결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종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합법이라고는 하지만 여성 종업원이 남성 술손님을 접대하는 ‘카바쿠라(카바레+클럽이 어원)’, 남성 종업원이 여성 술손님을 접대하는 ‘호스트클럽’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2004년 현재 이 지역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던 120개 야쿠자 중 상당수도 여전히 기생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