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라고 다같은 부자가 아니다”…新귀족층 ‘슈퍼부자’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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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서는 매년 1월이 되면 한 채에 수백만 달러씩 하는 고급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연말이 되면 월가 사람들에게 실적에 따라 두둑한 보너스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보너스만으로도 아파트 한 채를 충분히 살 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게 ‘월가 사람들이 사는 법’이다. 이른바 ‘슈퍼 부자’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빈부격차가 주로 계급갈등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천문학적인 고소득자가 증가하면서 ‘평범한 부자(The Merely Rich)’와 ‘슈퍼 부자(The Super Rich)’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갈등을 ‘신(新)계급전쟁’이라고 표현했다.

2004년 기준으로 미국 납세자 중 하위 90% 소득계층의 연간소득은 2만8355달러(약 2700만 원). 그런데 상위 1% 소득계층의 연간소득은 94만441달러(약 9억 원).

1990∼2004년에 하위 90% 계층의 실질소득은 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상위 1% 소득계층의 수입은 57%나 뛰었다. 연간소득이 9억 원에 이르는 데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큰 불만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 그 이유는 상위 0.1% 슈퍼 부자의 연간소득이 450만6291달러에 이르는 등 평범한 부자와 특별한 부자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슈퍼 부자는 또 1990∼2004년에 소득이 85%나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변호사, 의사, 경영컨설턴트 등 평범한 부자는 최고경영자(CEO)나 헤지펀드 매니저 같은 슈퍼 부자에게 불만이 많다.

이들은 “회사가 망해도 CEO는 두둑한 퇴직금을 챙기고,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실적에 따른 수수료로 때로는 수백만 달러를 챙긴다”며 “이것은 능력에 따른 보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뜨면서 투자은행의 인기도 예년만 못하다. 계급 갈등을 보여 주는 데 있어 뉴욕은 흥미로운 사례. 기존 중산층은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이미 맨해튼에서 밀려나고 있다.

반면 ‘평범한 부자’와 ‘특별한 부자’는 아직까지는 맨해튼 고급 아파트에서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심리적 격차는 매우 크다는 것. 변호사 겸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맨해튼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루이스 버글리 씨는 “아파트에 가면 젊은 ‘슈퍼 부자’들과 도처에서 마주친다”며 “이들은 나와는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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