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변호사는 블로그도 맘대로 못해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미국 변호사들은 마음대로 블로그도 운영할 수 없다?’

법조 윤리를 주제로 한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벤 코길 변호사는 지난해 한동안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자신이 소속된 켄터키 주의 ‘변호사 광고위원회’에서 그의 블로그가 광고에 해당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위원회는 변호사 광고를 사전 승인받아야 하며 건당 5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위원회의 판단대로라면 코길 변호사는 글 한 편을 올릴 때마다 ‘사전 검열’을 받고 돈까지 내야 할 판이었다.

여러 차례 협상 끝에 그는 ‘변호사 정보가 있는 사이트로 링크되는 글에만 수수료를 낸다’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이런 ‘블로거 변호사’ 규제 논란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각 주가 잇따라 변호사 광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 변호사 간 과열경쟁 및 허위, 과장 광고로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대응이다.

뉴욕 주 변호사업계는 15일부터 본격 논의될 광고 규제안으로 시끄럽다.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주 정부가 추진하는 이 규제안은 로펌 광고의 구체적 내용과 대상을 사전 보고해 승인받도록 했다. 개인 블로그도 규제 대상이고 인터넷 팝업 창은 금지된다. 주 정부 관계자는 “전자 미디어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접촉 대상이 광범위해 사전 조치가 아니면 피해 발생 때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펌들은 “새 규제안이 운영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경쟁 로펌에 업무 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로펌인 클리퍼드 챈스는 “변호사들의 신뢰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단체들은 “지나친 광고 규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위헌 소송까지 검토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대형 로펌이 몰려 있는 뉴욕 주 당국이 변호사 광고를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법률시장의 흐름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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