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둥팅호…한때 中 최대호수, 100년뒤 없어질수도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둥팅 호의 위양 어항 모습. 어로 작업을 나가지 못한 수십 척의 배가 정박해 있다. 이 어항만 해도 2100가구 6700여 명의 어민 중 3분의 2가 어업을 중단했다. 둥팅=신화
둥팅 호의 위양 어항 모습. 어로 작업을 나가지 못한 수십 척의 배가 정박해 있다. 이 어항만 해도 2100가구 6700여 명의 어민 중 3분의 2가 어업을 중단했다. 둥팅=신화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옛날에 동정 호를 들었는데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오나라와 초나라의 땅이 동남쪽으로 갈라졌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구나.”》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유명한 오언율시(五言律詩) ‘등악양루(登岳陽樓)’의 앞 구절이다.

이런 명시를 낳게 한 중국의 2대 담수호 둥팅(洞庭) 호가 급격히 줄어들어 100년 뒤엔 아예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신화(新華)통신과 런민(人民)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급속히 작아지는 호수=2000년 전 둥팅 호는 자그마한 호수였다. 창장(長江) 강이 물줄기를 남쪽으로 틀면서 호수는 커지기 시작했다. 1640∼1825년엔 6000km²까지 커져 중국의 최대 호수였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 호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 4350km²이던 호수 면적은 최근 2625km²로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전 100여 년에 비해 줄어드는 속도가 6배나 빨라진 것. 크기로 본 호수 순위도 1950년대 초 중국 내 2위였지만 이제 3위로 내려갔다.

후난(湖南) 성 수리청 둥팅 호 관리국에 따르면 최근 호수 면적은 매년 40km²씩 줄고 있다. 호수의 평균 수심도 매년 3cm씩 얕아지고 있다. 둥팅 호로 들어오는 물줄기 가운데 하나인 펑수이(6水) 강의 어귀에 있었던 치리(七里) 호는 토사가 13m나 쌓이면서 이미 ‘치리 산’으로 불린다.

▽왜 작아지나=가장 큰 이유는 창장 강과 후난 성의 샹장(湘江), 위안장(沅江), 쯔수이(資水), 펑수이 4개 하천에서 흘러드는 토사 때문이다. 창장수리위원회에 따르면 1951년부터 1978년까지 흘러든 토사는 매년 평균 2억1600만 t. 이 중 6300만 t은 하류로 흘러나갔지만 나머지 1억5300만 t은 그대로 호수에 쌓였다.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부피가 줄긴 했지만 28년 동안 퇴적된 양이 27억 t에 이른다.

▽인간 노력의 한계=둥팅 호가 줄어들면서 1954년 320억 t이었던 홍수방지 능력은 최근 35억 t으로 크게 줄었다.

창장 강을 제외한 나머지 하천에서 토사 유입량이 느는 것은 농민들의 무분별한 개간 때문이다. 현재 후난 성 정부는 4개 지류 주변의 농지 가운데 경사가 25% 이상인 곳은 모두 다시 삼림으로 바꾸는 ‘퇴경환림(退耕環林)’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제방을 높이고 호수바닥을 준설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오는 토사를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다.

후난 성 수리청 둥팅 호 관리국 류광웨(劉光躍) 국장은 “이 속도대로라면 100년 뒤엔 둥팅 호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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