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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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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은 프랑스 경찰을 인용해 “영아 2명 중 한 명은 2002년에, 다른 한 명은 2003년에 한국에서 출생한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둘째의 출생 시점은 베로니크 씨가 2003년 12월 자궁 적출수술을 받기 직전. 베로니크 씨가 한국에 들어온 게 2002년 8월이니까 역산해 보면 임신한 상태에서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베로니크 씨가 혼자 집 욕실에서 15분 간격으로 쌍둥이를 낳았으며 분만 직후 아기들을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베로니크 씨가 프랑스에서 살던 1999년에도 아이를 낳아 불에 태워 시체를 유기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자백=베로니크 씨는 2003년 중반에 임신 사실을 알아차렸다. 낙태 시기를 놓친 그는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인 모랭 씨는 “남편인 장루이 쿠르조 씨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렉스프레스 신문은 “쿠르조 씨 부부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더는 아기를 갖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베로니크 씨는 “헐렁한 옷을 입어 배를 가렸으며 남편은 출장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워 눈치 채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시체를 내다버릴 수 없어 비닐봉지와 휴지에 싸서 냉동고 서랍에 넣어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베로니크씨 부부는 한국 사법당국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줄곧 자기들은 영아의 부모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 프랑스에서도 한국과 같은 DNA 분석 결과가 나온 뒤 경찰에 긴급 체포되자 범죄 사실을 털어놨다.
▽풀리지 않는 의문=베로니크 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워낙 엽기적인 사건이라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추측이 분분하다. 베로니크 씨가 산후 우울증을 앓았거나 가정 불화가 동기일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베로니크 씨는 아기의 아버지가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베로니크 씨는 ‘내다 버리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지만 아기들을 살해한 뒤 냉동고에 보관한 기간이 무려 2년 반이나 된다. 그 사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서래마을로 이사까지 했다.
남편 크루조 씨가 부인의 임신과 출산,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베로니크 씨는 키 160cm에 조금 통통한 정도. 프랑스 중부 투르의 이웃들도 “그녀가 임신을 감출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충격의 프랑스=평범한 주부가 쌍둥이를 낳자마자 살해한 뒤 냉동고에 유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프랑스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프랑스 언론들은 11일 이 사실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다뤘다. 대표적 뉴스 프로그램인 TF1의 오후 8시 뉴스는 수사 결과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현장을 생중계로 연결했고 서울에 파견한 특파원의 보도도 곁들였다. 이날 프랑스 동북부 지방에서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열차 충돌 사고 뉴스에 버금가는 분량이었다.
‘마리안’이라는 누리꾼은 “만약 베로니크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부부 사이에서도 서로 무관심한 현대 프랑스인의 자화상을 반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당황스러워하기는 프랑스 사법당국도 마찬가지다. 담당 검사는 이 사건을 ‘예외적이고,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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