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의학상 美 파이어-멜로 공동수상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앤드루 파이어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의대 크레이그 멜로 교수. 3월 14일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파울 에를리히와 루트비히 다름슈테터 과학상’ 수상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앞의 동상은 독일의 저명한 과학자 파울 에를리히.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앤드루 파이어 교수(왼쪽)와 매사추세츠의대 크레이그 멜로 교수. 3월 14일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파울 에를리히와 루트비히 다름슈테터 과학상’ 수상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앞의 동상은 독일의 저명한 과학자 파울 에를리히. 프랑크푸르트=AP 연합뉴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상선정위원회는 2일 오후 7시(한국 시간) 유전자의 조절에 대한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낸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앤드루 파이어(47) 교수와 매사추세츠의대 크레이그 멜로(46) 교수를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파이어 교수와 멜로 교수가 두 가닥으로 이뤄진 이중나선 RNA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RNA 간섭’ 현상을 발견해 기존의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전자 조절방식을 찾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두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엔 아직 ‘젊은’ 나이인 데다 '1998년 2월 19일자 과학저널 ‘네이처’에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8년도 안 돼 수상 통보를 받은 뒤 모두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RNA 간섭은 RNA 분자가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유전정보 전달을 담당하는 메신저 RNA(mRNA)를 분해함으로써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현상. 식물과 동물, 인간에게서 모두 나타난다. 그러나 RNA 간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유전병이나 암 치료에서 신약 개발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평가다.

유전자(DNA)에 담긴 정보가 생명체에서 정상적으로 발현되려면 유전정보가 RNA로 전달된 뒤 정보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져야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R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고 알려졌었다.

1998년 두 교수의 연구팀은 우연히 한 가닥의 RNA 두 개를 서로 결합시킨 두 가닥의 RNA를 기생충의 일종인 꼬마선충의 세포 안에 주입했다. 그러자 꼬마선충이 온몸을 비트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가닥의 RNA에 의해 간섭을 받아 단백질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교수는 특정 RNA를 선택해 주입하면 인위적으로 유전정보 전달을 방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셈이다.

최근엔 RNA 간섭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siRNA)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암 유발 유전자를 억제시킨다면 암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연세대 이과대학 생화학과 김영준 교수는 “RNA 간섭을 이용해 ‘해로운 유전자’를 억제함으로써 유전병과 에이즈와 같은 감염질환 치료, 식물 개량과 병충해 방지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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