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어도 선거땐 로브”…美 공화당 또 네거티브 선거전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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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어 달린다. 알 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 라덴과 9·11테러범 자카리아스 무사위의 사진이 뜨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등장한다. 날카로운 힙합 음악이 나오면서 그 후보가 하원의원 시절 국경 통제와 애국법에 반대 투표했다며 “그는 가장 리버럴한 하원의원”이라는 육성이 나온다. 화면 가득 ‘LIBERAL’이란 단어가 채워진다….

정치광고 제작자 스콧 하웰 씨가 요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광고다. 미국 정치에서 ‘리버럴(진보적)’이란 흔히 부정적 의미로 쓰이며 ‘무책임한 좌파’ 정도로 통한다.

하웰 씨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칼 로브(사진)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에게서 선거기법을 배운 이른바 ‘로브 제자 그룹’의 일원이다. 이들 제자 그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하웰 씨와 함께 토드 올슨, 테리 넬슨, 켄 메흘맨, 사라 테일러 씨 등의 활동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들은 모두 스승인 로브 부실장과 직간접적으로 일을 했던 후예들로서 스승의 선거비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브 부실장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일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지난 대통령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유효할지 주목된다.

올슨 씨는 로브 부실장에게서 디렉트 메일 전송에 관한 기술을 습득했던 제자. 그는 아직도 메일 전송 선거기술 등 고전적 기법으로 공화당 흑인 후보 2명을 위해 뛰고 있다.

넬슨 씨는 부시 대통령의 2004년 재선 때 정치연출가로서 로브 부실장과 가까이 일했고 지금은 차기 대선 예비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정치활동 선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또 워싱턴에서는 메흘맨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테일러 백악관 정치국장이 로브 부실장의 ‘플레이북’에 따라 로브 식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뉴스위크는 “로브 부실장이 백악관에서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가 창안했던 선거기법들은 다음 세대 후예들에게 큰 유산으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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