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계 “아시아 부자 잡아라”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스위스 UBS은행은 싱가포르 고객 자녀 200명을 상대로 특별 강좌를 열었다. 유산관리 잘하는 방법과 부모 회사를 온전하게 물려받는 방법이 강의 주제였다.

미국 씨티그룹은 매년 100여 명의 홍콩 고객을 뉴욕에 초청한다. 이들은 최정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로부터 최고급 투자 정보를 입수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서비스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100만 달러 이상의 여윳돈을 가진 최상류층 고객에게 제공되는 특별 자산관리 서비스 ‘프라이빗뱅킹(PB)’. 최근 백만장자 증가 속도가 미국과 유럽을 능가하는 아시아에서 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 보도했다.

▽PB의 ‘황금 어장’=메릴린치의 ‘2006년 세계 자산 보고서(WWR)’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는 240만 명. 2004년에 비해 7.3% 늘어나 유럽의 백만장자 증가 속도(4.5%)를 추월했다. 특히 한국은 백만장자 증가율이 21.3%로 69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다.

씨티그룹은 올 3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하이(上海)에 PB 사무소를 열었다. 30만 명에 이르는 중국 백만장자들의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인도도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는 주요 PB 시장이다.

▽주먹구구식 자산관리는 ‘이제 그만’=그동안 아시아 부호들의 전통적인 돈 관리 방식은 현금, 은행 예금, 부동산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과학적인 자산관리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주식뿐만 아니라 헤지펀드, 신흥시장 부동산,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투자 대상이다. 절세, 유산 관리, 사치품 구매, 자선재단 설립도 조언해 준다.

아시아 백만장자들은 자수성가형이 많고 연령층이 젊다는 것이 특징. 그러다 보니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그냥 맡겨 두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투자 기간을 짧게 하는 경향이 있다.

부의 과시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 방식을 선호하는 것도 아시아 부호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아시아권 PB 고객들을 위해 ‘최고급 와인 펀드’를 선보였다. ▽PB의 ‘허브’ 싱가포르=2000년부터 싱가포르는 PB의 선두 주자 스위스를 벤치마킹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싱가포르 은행들이 관리하는 부호들의 자산은 2000억 달러로 스위스의 3조7100억 달러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자산액 증가율은 연 2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 부호들의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상속과 증여가 쉽도록 관련 법규를 고쳤으며 상속세도 대폭 낮췄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