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어린이’ 알고보니 강제결혼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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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던 아이들이 방학이 끝나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가족들의 강압에 방학 동안 결혼을 해 버린 것.

영국에서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 출신 학생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이런 ‘강제 결혼’이 큰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최근 영국 서북부 루이스 섬의 한 마을에서는 파키스탄 출신인 몰리 캠벨(12) 양이 실종됐다. 캠벨 양은 지난달 25일 학교 앞에서 아버지에게 끌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어머니 루이스 캠벨 씨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딸이 파키스탄으로 끌려가 25세 남자와 결혼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전남편의 의도를 진작 알고 있었던 캠벨 씨는 그동안 딸을 데리고 영국 곳곳으로 도망을 다녔다. 그렇게 해서 정착한 곳이 영국 본토에서 외떨어진 서북부 끝의 루이스 섬이었다. 하지만 전남편은 사립탐정까지 동원해 숨어 있던 모녀를 찾아냈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내 강제 결혼 사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매년 250∼300건에 이른다. 대부분 이슬람 집안에서 일어나며 강제로 결혼하는 사람의 3분의 1은 16세 이하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남자도 15%를 차지한다. 강제 결혼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영국은 외교부 산하에 ‘강제 결혼 대책팀’을 가동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강제 결혼은 종교적 문화적 배경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긴 하지만 명백한 인권 침해 범죄”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12건 정도의 ‘명예 살인’이 강제 결혼과 연관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영국 내 아시아 여성의 자살률도 전체 여성 자살률의 3배에 이르며 이는 강제 결혼을 피하기 위한 자살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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