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퇴진 시간문제?…하야 촉구집회도 2주 앞당겨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천수이볜(陳水扁·사진) 대만 총통이 여권 내부에까지 번진 하야 요구로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두 달 전 대만 정국을 흔들었던 야권의 퇴진운동과는 달리 이번 하야 요구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데다 지지율도 사상 최저로 떨어지는 등 대만 국민마저 등을 돌리고 있어 이전과는 크게 다른 양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퇴진운동, 여권과 각계로 확산=천 총통의 오랜 민주화 동지였던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의 주도로 12일 ‘천 총통 퇴진을 위한 100만 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신화왕(新華網)에 따르면 21일 현재 서명한 대만 국민은 85만여 명. 천 총통 퇴진을 위한 ‘1인당 100대만달러(약 2931원)’ 모금 캠페인도 22일 현재 목표액인 1억 대만달러에 근접한 9461만 대만달러를 모았다.

퇴진운동엔 대만의 선쥔산(瀋君山) 전 칭화(淸華)대 총장 등 저명인사와 예술인까지 동참하고 있다.

퇴진본부는 당초 다음 달 9일까지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국민의 호응이 예상외로 높자 다음 달 9일 열기로 했던 천 총통 하야 촉구 집회와 릴레이식 연좌농성을 이르면 이달 27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여론도 갈수록 천 총통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21일 대만의 중스뎬쯔(中時電子)보에 따르면 대만 국민의 3분의 2가 넘는 68.5%가 천 총통의 퇴진을 지지했다. 야당 측이 퇴진운동을 벌이던 6월 초에 비해 15%포인트가 높아졌다.

▽하야로 이어질까=천 총통의 정치적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말. 전 총통부 부비서실장의 뇌물비리로 불거진 위기는 올해 4월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의 억대 상품권 수수 의혹과 5월 사위의 주식내부거래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퇴진 요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6월 27일 대만 입법원(국회에 해당)에서 실시된 파면안 투표에서 찬성이 재적인원 221명의 3분의 2에 못 미치는 119표에 그쳐 천 총통은 겨우 위기를 벗어났다.

퇴진운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천 총통은 하야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진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어 천 총통이 계속 버티기 힘든 상황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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