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합사는 전사한 군인-군속만”

  • 입력 2006년 8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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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스쿠니(靖國)신사의 A급 전범 분사(分祀) 거부론이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도쿄신문은 6일 태평양전쟁의 주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겸 육군대신이 재임 당시 야스쿠니신사 합사(合祀) 대상을 ‘전쟁터 근무가 직접 원인이 돼 사망한 군인과 군속’으로 엄격하게 한정하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도쿄(東京)전범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당한 도조 전 총리 자신을 포함해 A급 전범들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될 자격은 사실상 없는 셈.

문서는 전쟁터에서 전사하거나 부상한 사람 이외의 특별 합사 대상자를 △전지(戰地)에서 말라리아와 콜레라 등 유행병으로 사망한 사람 △전지에서 중대 과실에 의하지 않은 부상이나 질병으로 숨진 사람 △전지 이외 지역에서 전쟁 근무에 종사하다 부상이나 질병 끝에 숨진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

문서는 사망의 원인이 참전에 직접 기인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심사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도조 전 총리의 차남인 데루오(輝雄·91) 씨는 “당시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사람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었다”면서 “아버지도 자신이 합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급 전범) 합사는 야스쿠니신사가 결정한 일이어서 민간인인 내가 시비를 가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마이니치신문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14명의 A급 전범 중 13명의 유족 18명에게 물은 결과 8명이 분사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보도했다.

반대 의사를 밝힌 유족은 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7명은 “판단할 수 없다”거나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사를 수용하는 이유로는 야스쿠니신사 측이 합사를 할 때 유족들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많이 꼽혔다.

히로타 고키(廣田弘毅) 전 총리의 손자는 “(우리 가문은) 합사를 요청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며 “야스쿠니신사가 분사를 하겠다면 ‘알아서 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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