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 뉴욕…폭염 비상사태 선포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1일 뉴욕 야경을 아름답게 밝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조명이 꺼졌다.

자유의 여신상도 머리의 관과 횃불 부분을 제외한 아래쪽 조명이 꺼졌다. 불볕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대규모의 정전사태가 우려된 나머지 긴급 절전 조치가 내려진 것.

최근까지 캘리포니아 주 등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폭염이 북동부지역으로 이동하면서 1일 섭씨 37.8도(화씨 100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뉴욕과 워싱턴 일대를 강타했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도 35도를 기록했다. 센트럴파크의 최고기온 기록은 1933년의 37.8도. 미국 국립기상청은 지금과 같은 폭염이 계속되면 1933년의 최고 기록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했다.

이날 뉴욕은 냉방장치가 있는 사무실이나 집 밖을 나서는 순간 한증막 같은 열기가 몰아닥쳤다.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미 기상청은 뉴욕 주 주도인 올버니를 포함해 볼티모어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 폭염경고령을 발령했다.

이날 뉴욕을 포함해 인근 뉴저지와 코네티컷 등에는 한밤에도 온도가 25도 이상인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많은 미국인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전력 사용 급증으로 뉴욕과 뉴저지 주 일대에는 정전사고가 잇달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1일 폭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뉴욕 시민과 맨해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회사들이 대규모 정전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맨해튼의 주요 빌딩들은 가동 중인 엘리베이터 대수를 줄이고 냉방 온도를 25.6도(화씨 78도)로 조절하는 등 뉴욕 시의 비상대책에 협조했다. 뉴욕 시는 강변도로의 가로등 밝기도 낮췄다.

뉴욕 시는 또 시내 곳곳에 ‘쿨링 센터’를 설치해 가동에 들어갔다. 코네티컷 주도 주립공원을 모두 무료로 개방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공원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과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지도 미 중서부지역에서 발달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1일 오후부터 37.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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