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50남성 “나 일 안해”…중장년 13% ‘자발적 백수’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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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배거로(53) 씨는 철강회사에 근무하다가 2001년 해고됐다. 그 뒤 잠시 전문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것 외에는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옛 회사만큼 대우를 해 주는 직장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배거로 씨는 직장 구하기를 포기한 뒤 피아노 치기, 역사책 읽기 등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배거로 씨처럼 아예 일하기를 포기한 30∼54세의 미국 남성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말까지도 같은 연령대에서 이 같은 자발적 실업자 비율은 5%에 불과했다. 지금은 13%에 이른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남자들이 인생의 황금기에 자발적으로 ‘백수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예 직장을 잡는 것을 포기한 미국 남성이 늘어난 것은 미국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블루칼라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 과거에 좋은 대우를 받던 사람들이 직장에서 해고된 뒤 손에 익은 동종 업계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일부이지만 ‘부자 백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다. 기존 저축이나 사회보장제도, 혹은 부인의 소득에 기대어 사는 사례도 많아질 전망이다.

노동시장에서 남자들의 퇴출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 증가와 맞물려 대비되고 있다. 경제구조 변화로 여성들에게 적절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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