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친구맺기' 금지법안 논란

  • 입력 2006년 8월 1일 16시 47분


'싸이월드 같은 인맥구축 사이트가 어린 학생들에게 독(毒)이라고?'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의 10대 사용자들이 '당신의 공간을 구하라(Save Your Space!)라는 구호로 1만 명의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학교와 도서관에서 마이스페이스 같은 인맥구축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도록 한 DOPA(Deleting Online Predators Act)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27일 DOPA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이번 주 상원을 통과할 예정이다. 접속 차단 대상에는 마이스페이스나 페이스북, 프렌스터 같은 주요 인맥구축 사이트가 모두 포함된다.

이런 법이 생긴 것은 인맥구축 사이트에서 성적 콘텐츠를 이용해 10대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성년자 2400만 명 중 20% 가량은 성적인 접근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이들 사이트를 기웃거리는 성 콘텐츠 사업자만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중학생은 "마이스페이스는 친구들이 모두 밤새 매달릴 정도로 인기지만 스토커나 이상한 사람이 접근해 오기도 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인 랜디 캐일 박사는 "아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를 공개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DOPA 법안이 적용범위를 너무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규제 대상을 △사적 정보가 담긴 프로필을 만드는 사이트 △사생활 정보를 묻는 사이트 △사용자간 교류를 허용하는 사이트 등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걸면 안 걸리는 사이트가 없다'는 것.

이 법안을 당장 적용할 경우 300여 개의 인맥구축 사이트가 차단된다. 미국 13~17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적어도 한 곳의 사이트 접속을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토론방에는 "의원들이 신세대들의 인맥구축 사이트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다", "온라인상 정보 교류와 친교의 즐거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정치인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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