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땅 레바논 “관이 모자라…”

  • 입력 2006년 7월 23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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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피난민 행렬이 빠져나간 레바논 남부도시 티레의 한 마을. 불에 탄 채 널브러진 시체를 들개 몇 마리가 물어뜯고 있었다. 건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무너졌고, 깨진 시멘트 더미에 그대로 파묻힌 시신도 몇 구 보였다.

티레 시립병원에는 피 흘리는 부상자보다 오히려 시신이 더 많은 상황. 의료진은 "병원이 아니라 시체보관소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곳 장의사들은 "한꺼번에 100구 이상의 시신이 들어왔지만 관을 짤 나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23일 외신들이 전한 레바논 참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의 공습이 집중된 남부지역에서는 어린이들의 피해도 컸다. 티레의 한 공무원은 "시체보관실로 운구된 115구의 시신 중 50구는 어린아이였다"고 증언했다.

12일간의 무력충돌로 지금까지 레바논인이 350명 넘게 숨졌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면서 피난민 수도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남부 도시들을 빠져나가는 주요 도로는 22일 새벽부터 수천 대의 승용차와 낡은 트럭들로 주차장이 됐다. 다른 마을의 학교 건물과 관공서로 피신한 사람들은 물과 식량, 생필품 부족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란을 비롯한 식료품 가격은 2~3배로 뛰었다.

그렇지만 양측의 충돌은 계속됐다. 이스라엘은 22일 레바논 남부의 마룬 알라스 마을로 진격해 헤즈볼라 무장대원들과의 치열한 교전 끝에 마을을 장악했다. 이어 23일 새벽 수도 베이루트와 시돈 등을 폭격해 전기, 통신 시설을 파괴했다. 헤즈볼라도 50기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로 쏘며 맞대응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의 14개 마을 주민들에게 되도록 빨리 마을을 떠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전단을 공중에서 뿌리며 최후통첩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2~3주 가량 추가 공습 및 지상군 공격을 전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엔은 이날 "레바논에서 인도적 구호활동을 벌이는 데 최소 1억 달러(약 950억원)가 당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얀 에겔란드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은 "현재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시시각각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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