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크(美 무인정찰기)’ 보면 동맹 현주소 안다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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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판매 요청을 거부당한 한국과 실전 배치를 코앞에 둔 일본.’ 미국 첨단 군사기술의 결정체인 무인정찰기(UAV)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극과 극 상황이 한미, 미일동맹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2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부는 독자적 대북감시능력 확보의 일환으로 글로벌 호크의 도입을 적극 추진키로 하고 지난해 6월 미 하와이에서 한미안보협력위원회(SCC)가 열렸을 때 미 측에 2008년경 글로벌 호크 4대를 판매할 것을 요청했다.

▶본보 2005년 7월 12일자 A5면 참조

한국은 이후에도 미 측에 글로벌 호크 판매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미 측은 지난해 6월 ‘판매 불가’ 방침을 밝힌 이래 한국의 거듭된 판매 요청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호크를 한국에 팔면 핵심기술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판매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각에서는 글로벌 호크로 수집한 대북 기밀정보들이 북한에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5500km의 작전 반경을 가진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km의 고고도(高高度) 상공에서 36시간 동안 비행하며 첨단 레이더와 광학카메라로 지상의 30cm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정찰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적외선 센서로 탄도미사일의 발사 순간을 포착해 지상기지에 통보할 수 있어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장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글로벌 호크 판매 거부에 따라 군 당국의 고고도 UAV 도입 계획도 2010년 이후로 연기됐으며 미국이 계속 판매를 거부하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미 측에 글로벌 호크의 판매를 계속 요청하는 한편 중고도(中高度) UAV의 국내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도 UAV의 국내 개발은 2015년경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6월 미국으로부터 글로벌 호크의 판매 승인을 얻은 뒤 관련예산을 반영해 본격적인 도입 절차에 착수했으며 내년에 배치할 예정이다.

최근 ‘선제공격론’ 발언 파문을 일으킨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일본 방위청장관은 1월 “탄도미사일 발사정보 조기수집과 외국의 낙도 침공에 대비해 UAV를 도입할 계획이며 글로벌 호크나 프레데터 중에서 기종이 선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미사일 사태로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 공조가 가속화되면서 일본이 내년 중 몇 대의 글로벌 호크를 도입해 북한 전역에 대한 화상정보를 수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많은 전문가는 “일본이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면 한국군의 상황도 손금 보듯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글로벌 호크 사례는 미국이 한국을 더는 혈맹(血盟) 맹방(盟邦)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동북아 동맹의 무게중심이 일본으로 완전히 기울었음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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