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한 대학 강당에서 열린 미 상원 군사위원회. 페이스 의장은 이민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왔다. 군 인사들로부터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가 미국 방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듣는 자리였다. 마이애미 거주자의 60% 이상이 미국 출생자가 아니란 점에서 군사위는 순회 청문회 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현역 미군 가운데 최고위직인 페이스 의장은 이탈리아 이민자로 밑바닥 생활을 해야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증언했다. 준비된 원고를 읽는 자리였지만, 그는 1분 가까이 입을 떼지 못한 채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눈물이 흘렀는지는 모른다. 홈페이지에 실린 한 컷 사진이나 현지 언론보도만으로는 그 사실까진 확인할 수 없었다.
페이스 의장은 “이민자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나라는 지구상에 미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1914년생인 그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에서 뉴욕으로 이민왔고, 전기공으로서 힘겨운 생활을 하며 페이스 의장 4남매를 키웠다. 그는 “아버지는 한꺼번에 3개의 일자리를 갖고 우리를 키웠고, 아이들을 변호사 장군으로 키워냈다”고 했다.
합참의장의 증언이 계속되는 동안 존 워너 군사위원장,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5명의 정치인과 150명의 방청객은 숨죽이며 그를 지켜봤다. 증언을 마친 뒤 그를 향해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날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던졌던 수많은 동료들이 미국 태생이 아닌 이민자 출신 미국인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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