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 1주년…무슬림 79% “사건후 적대행위 경험”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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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초 영국 언론들은 한 병사의 죽음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제브런 하시미(당시 24세) 병장.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하시미 병장이 유독 언론의 조명을 받은 것은 무슬림이기 때문. 그런데도 이슬람 무장조직과의 싸움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숨진 영국군 가운데 최초의 무슬림 전사자로 기록됐다.

영국 언론들은 그를 영국 내 무슬림 사회와 백인 주류 사회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치켜세웠다. 형 제스한 씨는 “동생은 무슬림과 비무슬림 사이의 갈라진 틈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전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런던 테러 1주년을 맞는 영국의 현실은 하시미 병장이 생전에 꿈꾸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무슬림-비무슬림의 간극 더 벌어져=7일은 런던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1주년이 되는 날.

지난해 7월 7일 오전 런던시내 4곳에서 터진 폭탄으로 5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테러범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평범한 무슬림 청년들로 밝혀지면서 영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테러 직후 영국 정부는 무슬림 사회를 통합시키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무슬림 사회는 더욱 큰 괴리와 반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타임스가 최근 무슬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7·7테러 이후 자신들을 향한 적대 행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대(對)테러법이 공정하게 적용된다고 믿는 사람은 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응답자의 7%는 “특정 상황 아래선 민간인에 대한 자살 공격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고 공격 대상이 군인일 경우엔 16%가 동의했다.

무슬림 사회는 통합의 실패를 정부 탓으로 돌린다. 테러 이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무슬림 단체들이 테러 근절과 사회 통합을 위한 64개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3개에 불과했다는 것.

반면 토니 블레어 총리는 4일 “무슬림들이 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슬람교 사원에서 과격한 내용의 설교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러 여파는 여전=런던 경찰은 7·7테러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1만 명이 넘는 목격자의 증언을 들었다. 증거물은 2만9500종이고 증거로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은 6000시간 분량이나 된다.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경찰청 피터 클라크 차장은 최근 “70건의 테러 공모를 추적 중”이라며 “영국은 지금 큰 위협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슬림 주거지에 대한 기습 단속이 늘었고 불심검문도 잦아졌다. 지난달엔 경찰이 테러 관련 첩보를 근거로 런던 동부의 한 주택을 급습해 무슬림 청년 2명이 체포됐고 한 명은 경찰의 총에 맞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무슬림들은 “소수의 잘못으로 모두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슬람 지도자 안젬 슈다리 씨는 “1년 전보다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풍토가 더 강하게 조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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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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