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부시 내일 美서 회담후 공동성명 ‘밀월 결산’

엘비스 팬 고이즈미 음반회사 BMG 저팬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기념해 그가 직접 선정한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 25곡이 담긴 CD 한정판을 발매했다. CD 재킷의 사진은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우상’인 프레슬리 옆에서 미소짓고 있는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7일 집권 5년간의 ‘대미(對美) 밀월’을 총결산하는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고이즈미 총리는 2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세계 속의 미일동맹’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두 정상 간의 회담은 이번이 13번째이지만 공동성명 발표는 2001년 6월 회담 이후 처음이다.

▽회담 전망=고이즈미 총리 집권 5년간 미일 관계는 ‘전후(戰後) 최고의 밀월’, ‘미국-영국에 필적하는 동맹’ 등의 수식어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회담은 이를 다시 확인하고 미일 동맹과 우호를 안팎에 과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두 나라 간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일미군 재배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 일부 문제가 남아있었으나 지금은 말끔히 해결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아직 미국산 쇠고기를 먹기 불안하다”는 대다수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21일 서둘러 미국 정부와 수입 재개에 합의했다.

주일미군 재배치 문제는 5월 초 일찌감치 타결됐다.

두 나라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현안은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거의 유일하다.

미국 측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일본도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원유 수입량의 14%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두 정상이 한목소리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중지와 6자 회담 복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격 환대=부시 대통령은 ‘나의 친구’라고 불러온 고이즈미 총리를 위해 성대한 환영행사를 준비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문은 ‘국빈’자격이 아닌 ‘공식방문’이지만 의전은 국빈이나 다름없다.

미국 측은 고이즈미 총리를 국빈전용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 묵게 하고 29일에는 백악관에서 공식만찬행사를 연다. 국빈과 다른 점은 환영식에서 쏘는 축포가 19발로 2발 적다는 정도.

30일에는 부시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테네시 주 멤피스로 함께 날아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옛 저택을 방문한다. 밤에는 현지에서 다시 만찬이 있다.

미국은 4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했을 때는 공식오찬으로 끝냈다.

▽고이즈미 외교의 그늘=고이즈미 총리가 총리 취임 후 당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외상에게 불러 준 지침은 “일미(日米·일본과 미국) 중심” 한마디였다.

일본 안에서는 “대미관계의 가장 큰 자산은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이웃나라와의 관계에서는 고이즈미 총리 자신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때문이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고이즈미 총리의 방미 직후인 다음 달 초 중국을 방문해 후 주석과 회담하기로 한 것도 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