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태효]中 싼샤댐의 긍지와 고뇌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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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에 이은 중국 최대의 역사(役事)이자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인 싼샤(三峽) 댐. 필자가 속한 신아시아질서연구회(회장 이상우) 일행은 지난주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안내로 이곳을 둘러보았다. 중국 측과 동북아 정세와 한중 관계의 앞날을 논함에 더하여 중국이 딛고 있는 개혁과 발전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삼국지의 초(楚)나라 지역으로 유명한 후베이(湖北) 성의 이창(宜昌) 시는 이제 명실상부한 싼샤 댐의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 이곳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간부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고장이 중국의 에너지, 공업,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와 자부심에 부풀어 있었다.

이번 방문에서 필자가 정작 알고 싶었던 것은 국가 차원의 숙원사업인 싼샤 댐이 완공되는 중요한 순간에(지난달 20일) 어찌하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중국 지도부의 실세 어느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하나의 수력발전댐이 연간 1820만 kW의 전력을 생산한다면 이는 중국 전체 발전량의 20%, 남한 발전량의 약 4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창장(長江) 강의 물줄기를 막아 방류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므로 10년 주기로 찾아오곤 하던 대홍수의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게다가 댐 옆의 수로공사를 2009년까지 마무리하면 3000t 급의 배들도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오를 수 있게 되어 서부내륙에서 동부해안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운송로가 탄생한다.

이렇듯 중국정부가 소개하는 전력 생산, 홍수 방지, 수로 건설의 3대 기능을 충족시키는 싼샤 댐의 개가를 인정하더라도 의외로 초라했던 준공식이 내포하는 잠재적 위기 요인을 파악하려면 댐 건설의 타당성과 향후 파급 효과에 비추어 논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창장 강에 댐을 건설해 에너지자원을 확보한다는 발상을 처음 낸 사람은 신해(辛亥)혁명의 주역 쑨원(孫文)이었다. 그가 1919년 이러한 계획을 검토한 뒤로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이 댐 건설을 숙원사업으로 여겼고 기술력과 경제력의 한계로 인해 유보해 오던 꿈을 오늘에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수력이 아닌 원자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력 생산이라는 목적만을 놓고 볼 때,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를 필연적으로 몰고 오는 수력발전보다는 기술력으로 더 큰 효율성을 보장받는 원자력발전이 시대적 추세인 것이다.

홍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댐은 어차피 필요하다는 논리는 어떠한가. 본디 창장 강은 수많은 지류를 갖고 있어 본류에서 넘치는 물을 흡수하는 완충작용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습지와 호수를 무차별적으로 매립하여 진행한 난개발이 창장 강의 수위를 상승시켰고, 커가는 홍수의 위험성에 둑을 끊임없이 쌓아 대응함으로써 결국 주변 마을보다 훨씬 높아진 강바닥(천정천)이 대홍수의 위협으로 귀결된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의 재앙을 싼샤 댐이 예방한다기보다는 사람이 불러온 홍수를 새로운 인공구조물로 막으려는 꼴이다.

결국 운송수로를 확보하여 대규모 물류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명분이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이 역시 거대한 자연에 도전하는 사람의 노력이 극복해야 할 어려운 숙제 하나를 남기고 있다. 흙탕에 가까운 창장 강의 방대한 물이 댐에 가로막혀 토사를 거듭 강바닥에 내려놓을 것이다. 댐의 수문을 열어 토사를 일제히 황해 쪽으로 밀어내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서해의 오염과 어장의 피해를 우려해야 한다. 중국의 사회주의 지도력과 방대한 노동력이 결합하여 대역사가 탄생하였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개발이 새로운 도전 요인을 낳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싼샤 댐 하나로 중국의 개혁 개방 노력 전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국가경영에 대한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확보하는 한, 발전 과정에서 경험하는 시행착오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중국을 갈 때마다 또 달라진 중국이 있는 이유는 당과 인민이 서로 자신들의 변화를 신바람 나게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경우 지도자가 갖춰야 할 판단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점 우리 한국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싼샤 댐에서>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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