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국경관리 멕시코나 잘하라”

  • 입력 2006년 6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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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국경선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장벽을 설치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던 멕시코가 정작 자국 내로 밀입국하는 중남미 국가의 주민을 착취 학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멕시코 남부 국경선을 넘는 밀입국자들의 출신 국가는 20여 개국.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 인접국은 물론 중국, 소말리아 등 다른 대륙에서도 멕시코로 흘러 들어온다.

이들은 멕시코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일하거나 멕시코를 거쳐 미국 밀입국을 시도한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4년간 붙잡혔거나 추방된 밀입국자가 24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 남부 국경은 밀입국자와 마약 거래업자, 마야시대의 예술품 등이 넘나드는 ‘열려라 참깨’ 같은 곳이 됐다”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멕시코에서 일자리를 잡은 밀입국자들은 망고 과수원 등에서 하루 6달러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며 헛간 같은 숙소에서 생활한다. 멕시코 과일재배협회 관계자가 “우리가 제공하는 근로여건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할 정도다.

부패한 공무원들의 횡포도 극심하다. 멕시코에서 밀입국 혐의자의 검문 검색 권한은 연방 이민국과 연방 경찰에만 있지만 대부분의 사법 공무원들이 밀입국자의 돈을 노린다. 멕시코 농부들도 벌목용 칼을 휘두르며 돈을 빼앗고 있다.

상당수 여성 밀입국자는 성폭행을 당하거나 억지 성관계를 요구받는다. 이 때문에 밀입국하려는 여성들은 몇 개월 전부터 피임약을 먹기도 한다. 지난해 멕시코행 열차에 무단 승차하려다 떨어져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밀입국자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로니모 구티에레스 멕시코 외교부 부장관은 “합법적 입국자를 늘리기 위해 이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지나치게 엄격한 이민법이 밀입국자를 양산하는 원인임을 시사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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