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시장, 버블은 막고 폭락도 잡고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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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고공행진을 벌였던 미국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8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현직 의장이 약속이나 한 듯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낙관을 표시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콘퍼런스에서의 강연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미국의 주택 시장이 진정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우리는 부동산 시장이 매우 ‘질서 있고(orderly)’ ‘적절하게(moderate)’ 진정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주택 가격이 과거처럼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금리 인상 행진을 계속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도 이날 미국의 부동산 붐이 끝나기는 했으나 전국적인 가격 폭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채권업협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5년간 지속된 부동산 붐이 끝났다”며 “그러나 가격 폭락을 예고하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보다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영국과 호주에서도 가격 조정이 완만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그동안 미국 경제의 명(明)과 암(暗)으로 작용해 왔던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 인접 지역으로 미국에서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도 최근 들어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대도시 기존 주택 중간가격은 21만7900달러. 1년 전에 비하면 10.3% 상승했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하면 3.3% 하락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 등 지역에 따라서는 집값이 크게 오른 곳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집값 상승을 주도해 온 대도시 권역의 집값이 전체적으로 주춤한 것은 주택 시장의 과열이 진정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집값 상승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는 있지만 집값이 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착륙’ 대신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 활황은 미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를 이끌어 온 힘이었지만 상승세가 언젠가는 꺾여 경착륙하게 되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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