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곤퇴치 父子” 아버지는 논문으로 아들은 랩으로

  • 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두 부자의 닮은 꼴, 다른 삶.’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5일 저명한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아마르티아 센(72) 씨와 힙합 음악을 통해 아버지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들 카비르 센(29) 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아버지 센 씨는 인도 콜카타 출신으로 기존의 성장 모델 대신 기아와 빈곤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틀을 확립한 저명한 학자.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아들 센 씨는 그런 아버지가 한때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다. 학창 시절 내내 “(아마르티아 센의 아들인) 당신은 보다 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 아버지의 ‘그늘’이 싫어 학계에 몸담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아들.

하지만 아들 센 씨 역시 관심사가 같았다.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빈곤 퇴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결국 그가 찾은 도구는 ‘음악’.

일상생활의 이야기나 생각을 리듬에 맞춰 이야기하는 힙합의 랩(rap)을 통해 그는 대중을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이길 소망한다.

최근 그는 세계 평화를 호소하는 첫 앨범 ‘피스풀 솔루션(Peaceful Solution)’을 내놨다. 보스턴 시장의 고문으로 랩을 활용해 시내 빈곤지역 청소년들을 움직이고 이를 통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1999년 웨슬리안대 졸업 논문 역시 ‘정치성을 띤 랩의 부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가사는 기존의 랩들과는 달리 거친 욕설이나 폭력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평화적 해결과 화합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버지 센 씨는 그런 아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아버지는 얼마 전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열린 아들의 즉흥 콘서트 때에도 멀리서 지켜보며 응원했다. 아들 센 씨는 “아버지가 듣기엔 아마 소란스러웠겠지만 계속 리듬에 맞춰 발을 흔들며 그 자리에 서 계시더라”고 기억했다.

아들의 선택에 대해 단 한번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아버지 센 씨.

그는 “학문에 대한 아들의 생각은 ‘이미 볼 것은 다 봤다’는 그런 태도였던 것 같다”면서 “아들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재능을 활용해 자신의 믿음을 실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에 대한 지지는 아마르티아 센 씨가 그동안 학자로서 주장해 온 신조와도 맞닿아 있다.

‘발전이라는 것은 국민총생산(GNP)이나 생산성의 증대가 아니라 인간이 가치 있는 것이라 여기는 것들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자유로서의 발전)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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