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티칸 ‘서품갈등’ 일촉즉발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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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바티칸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전에 양측이 수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양측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중국 천주교 애국회가 최근 로마 교황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2명의 신부를 주교에 임명하면서부터.

중국 천주교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마잉린(馬英林·40), 류신훙(劉新弘·40) 신부를 각각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교구와 안후이(安徽) 성 우후(蕪湖) 교구의 새 주교로 서품했다.

이에 대해 로마 교황청은 4일 “두 신부와 서품 참여자를 전원 파문한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교황의 축복 없이 주교를 임명한 것은 중대한 종교 자유 위반”이라고 힐난했다.

이때만 해도 두 신부의 임명 파문은 중국과 바티칸이 수교할 경우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중국 천주교 애국회의 돌발행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6, 7일 중국 국가종교사무국과 외교부가 잇따라 성명을 통해 교황청을 정면으로 비난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어둠의 골로 빠져들었다.

국가종교사무국은 6일 “중국 천주교가 스스로 주교를 뽑아 서품하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은 반세기가 넘는 오랜 전통”이라며 “이미 170여 주교가 이런 절차를 거쳐 서품됐다”고 주장했다.

국가종교사무국은 또 “전국 97개 교구 중 40여 개가 아직 주교가 없다”고 밝혀 앞으로도 주교 임명이 계속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7일 “바티칸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대만과의 관계를 끊고 중국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다는 2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종교를 명분삼아 간섭하는 것도 내정간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개선의 길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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