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살아있다”…빈라덴 3개월만에 ‘성전’ 육성테이프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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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탈출 눈앞인데…럼즈펠드 사임론 다시 불붙어

미국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녹음테이프가 3개월 만에 다시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23일 공개됐다.

빈 라덴은 공개된 테이프에서 내전 상태인 수단에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려는 것과 관련해 “수단에서 십자군의 약탈에 대비한 또 다른 장기전을 준비할 것을 수단과 아랍권의 이슬람 전사들에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단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현 정권 보호가 아니라 이슬람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 라덴은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하마스 정부 원조 중단 조치도 이슬람을 겨냥해 시오니스트(유대인) 세력이 십자군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은 즉각 “그의 음성이 맞다”며 제3자의 조작이 아님을 확인했다.

빈 라덴의 음성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대한 사임 요구가 또다시 불거졌다.

하원 정보위 간사인 민주당 제인 하먼 의원은 “이라크에 섣불리 개입해 막대한 자원을 수렁에 빠지게 함으로써 빈 라덴 체포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궁지 몰렸다는 증거…백악관 분석, BBC는 “건재 과시”

‘정신적 압박의 표출일까, 건재함의 과시일까.’

오사마 빈 라덴이 3개월여 만에 또다시 오디오테이프로 육성 성명을 낸 이유는 뭘까.

미국 백악관은 “알 카에다 지도부가 압박을 받고 있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알 카에다 지도부가 아직 도망 중이며 미국이 이들을 계속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에 대한 구체적 증거나 빈 라덴에 대한 추적 상황을 자세하게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BBC방송의 고든 코레라 안보 전문 기자는 “이번 성명의 메시지는 2001년 9·11테러로 세계 최강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빈 라덴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빈 라덴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최소한 두 가지 효과를 거뒀다.

우선 빈 라덴은 서방의 하마스에 대한 원조 중단, 수단의 다르푸르 내전, 마호메트 만평 문제를 싸잡아 이슬람권을 겨냥한 ‘서방의 십자군전쟁’ 차원으로 부각시켰다.

또 하나는 빈 라덴은 서방의 대중에게 공포감을 주는 데도 성공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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