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기대는 미국 젊은이 늘고있다

  • 입력 2006년 4월 21일 17시 25분


시라큐스대를 졸업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첫 직장을 잡은 제이슨 맥귀네스(23)씨의 연봉은 현재 3만 달러(약 2850만 원). 친구와 함께 맨해튼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생활하고 있는 그가 매달 부담하는 월세만도 약 1100달러.

현재 연봉으로는 맨해튼에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는 매달 부모로부터 30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매월 휴대전화 요금도 부모 몫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있는 멀쩡한 미국 젊은층이 부모로부터 정기적으로 재정적 도움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8~34세 연령대 미국인의 34%는 매년 부모로부터 현금을 받는다. 특히 지난 20년 사이에 부모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는 젊은층이 많이 늘었다는 것.

미국에서 중산층 부모들이 매년 25세 또는 26세 자녀들에게 지출하는 돈이 평균 2323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33세 또는 34세 자녀들도 부모로부터 매년 평균 1556달러의 지원을 받는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잡으면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이처럼 미국의 젊은층이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생활비가 많이 올라 새내기 직장인이 받는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대학에 다닐 때 받은 학자금 융자 때문에 졸업 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는 것.

그런데 젊은 시절 부모로부터 일정 부분 재정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안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부모의 도움을 일정기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첫 직장을 선택할 때 '현재의 월급'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눈을 돌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현재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지 프레스(27) 씨도 사라 로렌스 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맨해튼 음대에 입학해 4년의 학업과정을 마쳤다. 부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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