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재산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거센 비난도 나온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 여당이 공무원연금 혜택을 줄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퇴직 공무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해 선거 때마다 집권 자민당의 변함없는 ‘표밭’ 역할을 해 왔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자민당으로서는 공무원연금에 메스를 들이대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민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연금은 판도라의 상자다. 한번 뚜껑을 열면 걷잡을 수 없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기세는 심상치 않다. 현지 언론들도 공무원 특혜 축소가 고이즈미 개혁의 후반부를 장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들의 연금 특혜는 크게 두 가지.
첫째, ‘직역(職域)가산금’이다. 공무원들은 회사원에 비해 월평균 2만 엔 정도를 더 받고 있다. 공무원은 겸업이 금지된 만큼 연금으로라도 보전해 줘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둘째, ‘은급(恩給)대체분’이다. 공무원연금제도가 생기기 전에 임용된 공무원들이 제도 시행 후 채용된 공무원에 비해 불이익을 받게 되자 이런 명목으로 돈을 보전해 줬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직역가산금 제도를 2010년까지 폐지하기로 한 데 이어 은급대체분도 줄이기로 하고 그 폭을 결정하기 위한 당정 협의를 하고 있다. 나아가 2018년까지는 회사원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내건 구호는 ‘관민(官民) 격차’ 해소다. 신분 보장 완화, 임금 삭감 등의 개혁도 공무원과 서민 간의 삶의 질 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양극화 논란’이 한창이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 일본 정부는 우선 공무원과 서민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공무원은 늘어나고 공무원 연금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아무리 ‘양극화 해소’를 부르짖어도 국민이 선뜻 믿어 주지 않는 이유다.
천광암 도쿄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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