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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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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서 60대 남성들의 은밀한 회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자신을 이스라엘 육군 출신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먼저 입을 뗐다.
“팔레스타인 중부 나불루스에서 근무했을 때다. 야간작전을 위해 조명탄 8발을 하늘로 쏘았는데 한 발이 땅에서 터졌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관의 발사 명령은 계속됐다.”
이번엔 두 아이를 뒀다는 팔레스타인인이 나섰다. “가장 친한 친구가 이스라엘 군인에게 살해된 뒤 전사가 됐다.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화염병을 던지다 붙잡혀 투옥됐다. 출소했는데 사촌이 보이지 않았다. 더는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
서로 목숨을 노렸던 이스라엘 예비역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퇴역 전사들이 만든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CP)’이란 단체에서 신입회원 8명을 받는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로 회원은 90명으로 늘었다.
월 1회 남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활동해 온 이 단체 회원들은 10일 설립 취지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공식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6일 보도했다.
10일은 유대인의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월절(Passover)인 동시에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자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팔레스타인 죄수의 날’이다.
CP는 1년여 전 이스라엘군 지휘관 출신인 조하르 샤피라 씨가 팔레스타인 최대 정파인 파타당의 무장대원 출신들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적인 수단만이 양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철수와 군사행동 중단 △양국의 국경선 확정 △양국의 독립 인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조하르 씨의 동생이며 창립 회원인 요나탄 샤피라 씨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을 위해 누군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체가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은 적지 않다. 우선 모임 장소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운 과제다. 상대 지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모임 장소도 이스라엘의 보안 장벽이 완성되면 왕래가 어려워진다.
또 CP가 이스라엘 정부나 하마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모두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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