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카’의 귀향?…평화무드 타고 현장전시 검토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코멘트
최근 스페인에선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사진)를 옮겨 전시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4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바스크 민족주의자들과 야당은 “현재 마드리드의 레니아 소피아 박물관에 있는 이 작품을 바스크 지방으로 옮겨 임시 전시회라도 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상원의 문화위원회는 최근 투표를 통해 이 작품의 이동을 허가했다. 그러나 주무 부서인 문화부는 “캔버스가 무겁고 약해서 이동할 때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게르니카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이번 논란이 문화 영역을 넘는 정치 차원의 문제로 보고 있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때인 1937년 나치 독일의 전투기들이 바스크 지방의 소도시 게르니카를 무차별 폭격한 사건을 고발한 작품. 당시 독일은 프랑코 정부를 지지하는 뜻으로 자치를 주장하는 바스크의 중심지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이 때문에 무고한 시민 1600여 명이 사망하고 마을의 80% 이상이 파괴됐다.

파리로 망명해 있던 피카소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 2개월 만에 작품 게르니카를 완성했다. 게르니카는 전쟁의 잔혹함을 고발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다. 특히 바스크 주민들은 집에 걸어 놓은 게르니카 복사본을 보며 저항 의지를 불태웠다.

바스크 지역의 분리 독립을 외치던 무장투쟁 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가 최근 무기한 휴전을 선언한 뒤 ‘게르니카 이동 전시’ 논란이 더 주목받고 있다.

많은 이는 바스크 지역에 평화가 정착된 마당에 게르니카 전시회를 여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