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세르비아 ‘연고권’ 신경전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19세기 후반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는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해 미국 정부가 발행한 우표. 지난해 디스커버리 채널도 ‘미국의 100대 위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우표 왼쪽에는 그가 발명한 교류 발생 장치.
19세기 후반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는 니콜라 테슬라를 기념해 미국 정부가 발행한 우표. 지난해 디스커버리 채널도 ‘미국의 100대 위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우표 왼쪽에는 그가 발명한 교류 발생 장치.
‘테슬라는 우리나라 사람.’

세계적인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서로 테슬라의 연고를 주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못지않은 과학자로 존경받는 인물.

20세기 2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의 하나인 교류전기(AC)를 발명했으며 리모컨, 무선통신, 형광등도 그의 작품이다.

테슬라를 둘러싼 연고권 싸움은 그가 비록 188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귀화했지만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인이기 때문에 시작됐다. 즉, 1991년 6월 크로아티아가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하고 1992년 4월 세르비아가 몬테네그로와 합쳐지면서 그의 핏줄은 세르비아, 고향은 크로아티아로 나뉜 것이다.

여기에 그의 유명세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이용 가치가 충분해 양국의 경쟁을 부추겼다.

크로아티아가 선수를 쳤다. 지난해 말 2006년을 ‘니콜라 테슬라의 해’로 기습 선포한 것. 또 테슬라가 태어난 스밀란 지역에 1990년대 초 양국의 내전으로 파괴됐던 기념관을 재건하고 테슬라 박물관을 그의 출생일(7월 10일)에 맞춰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이에 뒤질세라 세르비아도 지난달 수도 이름을 딴 ‘베오그라드 국제공항’의 이름을 ‘테슬라 국제공항’으로 바꿨다.

테슬라 덕분에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경쟁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내전의 상처를 보듬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테슬라 탄생 15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르비아 정부가 자국의 테슬라 박물관에 보관 중인 각종 자료의 사본을 스밀란 지역의 기념관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테슬라도 생전에 평소 “난 나의 조국이 크로아티아이며 나의 조상이 세르비아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 왔다.

양국의 국민은 테슬라라는 위인을 통해 요시프 티토 유고 대통령 사망 이후 벌어진 틈을 좁힐 수 있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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