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지날수록 궁지몰릴것…블레어, 박수칠 때 떠나라"

  • 입력 2006년 3월 17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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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7일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사임을 권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사설에서 "정부가 제시한 복지, 교육 등 각 부문의 개혁을 향후 2년 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총리 자리에 더 머물러도 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엔 여건이 좋을 때 총리직을 떠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 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는 것.

한 마디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얘기다. 개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힘들다는 전망을 이런 식으로 꼬집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지적대로 블레어 총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15일에는 당내 좌파 성향 의원들의 반란으로 야당인 보수당의 도움을 얻고서야 교육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노동당 의원 353명 가운데 52명이 당론을 어기고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

게다가 블레어 총리가 상원의원직을 대가로 기업가들로부터 350만 파운드(약 60억 원)의 정치자금을 빌렸다는 스캔들까지 불거졌다. 기업가 3명이 2005년에 노동당에 350만 파운드의 비밀 정치자금을 빌려주었으며, 그 후 블레어 총리는 이 3명을 모두 총리가 지명하는 상원의원 명단에 올렸다는 의혹이 부풀고 있다. 노동당 회계담당관은 15일 자신도 이 돈의 존재를 몰랐다며 정식 조사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16일 월례 기자회견에서 "상원의원직에 지명된 사람들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며 돈의 대가로 상원의원직을 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블레어 총리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일찍 자리를 넘겨주고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인기 하락, 지난해 총선에서 노동당의 다수 의석 확보 실패로 총리의 지도력이 이미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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