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변호사, '9·11관련' 美정부상대로 첫 배상 이끌어내

  • 입력 2006년 3월 2일 16시 30분


한국인 여성 변호사가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9·11 테러 수사와 관련해 억울하게 구속됐던 외국인의 배상금 합의를 최초로 이끌어냈다.

1일 미주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비영리단체 '도시정의센터'에서 이민자 권리를 담당하고 있는 윤해영(38·여) 변호사는 9·11테러 직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집트인 에하브 엘마그라비 씨의 소송을 맡아 지난달 27일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30만 달러의 배상 합의를 이끌어냈다.

엘마그라비 씨는 9·11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2001년 10월부터 2002년 8월까지 브루클린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됐으나 테러 연루혐의는 입증되지 않았다.

엘마그라비 씨는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그의 테러혐의를 입증하지 못하자 신용카드 사기혐의를 적용해 2003년 8월 그를 미국에서 추방했다.

윤 변호사는 "2004년 4월 처음 소송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며 "미국 정부가 9·11 테러 연루 혐의로 구속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991년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온 윤 변호사는 컬럼비아 대에서 종교학 학사, 하버드 대에서 종교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시립대 로스쿨을 거쳐 2001년 2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2002년 8월부터 도시정의센터에서 이민자 권리담당 변호사로 일해오고 있다.

종교학을 공부하다 변호사로 변신한데 대해 윤 변호사는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엘마그라비 씨는 윤 변호사를 통해 2004년 8월 존 애슈크로프트 당시 법무장관과 미 연방정부 관리 10여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윤 변호사는 현재 엘마그라비 씨와 같은 구치소에 수감된 뒤 구타와 성적 학대를 당한 파키스탄 출신 자바이드 이크발 씨의 배상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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