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돔 폭파’에 시아파 분노 폭발…이라크 내전 위기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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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종파 간의 전면적인 내전으로 치달을 위기에 몰렸다.

이라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아파 이슬람교도가 ‘성지 중의 성지’로 꼽는 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 돔이 폭파됐기 때문이다. 이라크 시아파의 분노는 곧바로 수니파로 쏟아져 전국에서 수니파 사원 파괴와 보복 살해로 이어졌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상황이다.

수니파는 23일 이번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잘랄 탈라바니 과도정부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회의를 거부하는 한편 새 정부 구성 논의에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악 테러와 보복=22일 오전 6시 반 괴한 4명이 이라크 중부 사마라에 있는 아스카리야 사원에 들이닥쳐 황금 돔에 폭탄 2개를 설치한 뒤 오전 7시경 터뜨렸다고 이라크 내무부가 밝혔다. 찬란한 위용을 자랑하던 황금 돔은 순식간에 폐허 더미로 돌변했다.

이 황금 돔은 2003년 3월 이라크전쟁의 혼란 때도, 2004년 10월 미군이 사마라의 수니파 저항세력을 대대적으로 공격할 때도 살아남은 것이다. 또 사마라가 ‘수니 삼각지대’에 있지만 수니파도 이 사원을 존중했다.

▽보복 공격 줄이어=수천 명의 시아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우리의 피와 영혼을 이맘(예언자 마호메트의 후계자)들을 위해 바치겠다”고 외쳤다. 과격한 시아파는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총유탄 등으로 90곳이 넘는 수니파 사원을 공격했다.

남부 바스라에서는 마호메트의 친구인 탈라 빈 오베이드 알라의 무덤이 있는 수니파 사원이 불에 탔고 경찰 차림의 괴한들이 수감된 수니파 11명을 살해했다. 바그다드에서는 수니파 성직자 4명이 살해 또는 납치됐다. 종파분쟁으로 23일까지 130여 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귀가를 서둘러 거리에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테러 주체와 배후=사원을 폭파했다고 자처하는 조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제임스 제프리 미 국무부 이라크정책담당 대사는 “테러의 배후는 줄곧 내전을 촉발시키려 했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라고 주장했다. 일부 이라크 관리들은 ‘메소포타미아의 알 카에다’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의 책임론도 나왔다. 그는 21일 “이라크 정치권이 비종파적인 정부를 만들지 못하면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테러범들은 이를 오히려 종파 갈등의 호기로 보고 범행에 나섰다는 것이다.

▽상황 악화 우려=시아파 정치지도자인 후세인 알 샤리아는 “(그들이) 한계선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을 방문 중인 시아파 강경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사원 폭파의 책임은 점령세력에 있다”고 비난하며 귀국을 서둘렀다.

외신들은 아스카리야 사원 폭파로 그동안 당하고 있던 시아파가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군과 이라크 정부는 병력 증강과 야간 통행금지 실시 등으로 내전을 막기 위한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모두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시스타니도 TV에 출연해 “항의는 하되 수니파 사원을 공격하지는 말라”고 촉구했다. 그가 TV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칼릴자드 미국 대사는 미국이 파괴된 사원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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