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美 ‘헤게모니 환상’ 버리고 무슬림 마음부터”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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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신보수주의), 더는 내가 지지할 수 없는 것이 됐다.’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사진)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다음 달 발간되는 저서 ‘네오콘 이후: 교차로의 미국’에서 네오콘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다음은 가디언이 소개한 후쿠야마 교수의 신간 요약.

“이라크전쟁 3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역사는 이라크전을 촉발시켰던 생각들을 좋게 봐 주지 않을 것 같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안팎에서 이라크와 중동의 민주화를 밀어붙인 네오콘의 이상주의는 앞으로 몇 개월에서 몇 년 안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철수를 시작으로 세계무대에서 물러선다면 그건 큰 비극이다. 네오콘의 문제는 그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에 과도한 군사적 수단을 사용한 데 있다.

네오콘은 전제 정권은 허약하고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등장한 무장세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네오콘은 미국을 ‘선의의 헤게모니’를 행사할 국가로 봤다. ‘선의의 헤게모니’는 의도가 좋을 뿐 아니라 결과를 실현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국민은 계속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대외정책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탈(脫)군사화해야 한다. ‘전쟁’은 더 넓은 의미의 싸움에는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지하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사 작전이 아니라 평범한 무슬림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중동의 민주화와 근대화가 이슬람 지하드(성전·聖戰)의 해결책은 아니다. 급진 이슬람주의가 생겨난 것은 이슬람 사회가 근대의 다원적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민주주의는 더 많은 소외와 테러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하건 이슬람 그룹의 정치적 참여는 증대할 것이고 그건 급진 이슬람주의라는 독을 해독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이란과 북한 핵에 대해 다자적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 부시 행정부는 1기 시절의 신보수주의 정책으로부터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 우리는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네오콘의 믿음을 지켜 나갈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권력의 효능과 헤게모니에 대해 환상을 갖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국과 세계를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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