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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2월 6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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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인들의 설은 요란했다. 고급 음식점에서 밤새 먹고 마시거나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기본이고, 폭죽을 터뜨리는데 한달 월급이 넘는 돈을 아낌없이 쓴 사람도 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춘제(春節·설) 1주일 연휴 동안 중국인들이 쓴 돈은 지난해보다 15.5% 늘어난 1900억 위안(약 24조7000억 원). 여행객만 7832만 명이었고 368억 위안(약 4조8000억 원)이 관광지에 뿌려졌다.
그러나 요란한 설에 반비례해 양로원이나 아동복지시설, 극빈자구호소에 있는 사람들은 올해 더욱 추운 겨울을 나야 했다는 게 5일 중국 언론 보도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남을 위해서는 주머니를 풀지 않았기 때문.
현재 중국에는 약 1억 명의 절대 빈곤층과 6000여만 명의 장애인이 사회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또 자연재해로 매년 6000여만 명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복지시설이나 적십자사에 매년 기탁되는 자선성금은 100억 위안(약 1300억원)에 못 미친다고 중화자선총회 측은 말한다. 기가 막힐 일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금의 75%를 해외 자선기관이 낸 돈으로 충당한다는 점.
중국인들이 내는 돈은 25%에 불과하다. 특히 전국 1000만개 기업 가운데 99%가 자선성금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 국민 1인당 연간 성금액수는 0.92위안(약 120원)이고 자원봉사 참여율도 전체 국민의 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 매년 걷히는 성금은 2850억 달러(약 280조 원). 이중 85%인 2410억 달러를 일반 국민이 내고 있다. 1인당 성금액은 460달러(약 45만 원)이고 자원봉사 참여 국민도 절반에 가까운 44%나 된다.
중국인들의 인색한 자선문화는 전통적으로 제몫 챙기기에 강한 국민성과 함께 문화대혁명 등 사회적 풍파를 겪으면서 인심이 각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처럼 자선기금에 대한 면세 혜택이 없는데다 성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요인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중국의 부자들은 어질지 않다(爲富不仁)"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가진 계층이 부를 향유하려고만 들고 사회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없는 한 중국에서 자선 문화가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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